故 신성일 발인, 엄앵란 눈물 흘리지 않은 이유(종합)

입력 2018-11-06 13:49
수정 2018-11-06 14:28

고 신성일의 영결식이 영화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됐다.

6일 오전 10시 서울시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신성일의 영결식과 발인이 진행됐다. 독고영재의 사회로 시작된 영결식은 약력 보고, 추모영상 상영, 추도사, 분향 및 헌화, 아내 엄앵란의 유가족 대표인사와 폐식 선언 순서로 이어졌다.


신성일의 장례식은 영화인장으로 진행됐다. 60여년 영화계에서 활약했던 고 신성일의 업적을 기억하며 지상학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과 배우 안성기가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지상학 위원장은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선배님의 이름을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이 없다"며 "선배님처럼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대스타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고 신성일을 추억했다.

그러면서 "선배님은 왕도 돼 보고 영웅도 돼보고 만인의 연인으로 살아보셨으니 이 세상 미련은 버리셔도 될 것 같다"며 "시련도 아픔도 있었지만, 선배님 같이 은총을 누린 인생이 어디 있겠나. 당신이 있었기에 우리는 행복했다. 같은 시대에 살아 행운이었다. 한국영화 역사의 전설이었고 신화였다"고 평했다.

오석근 영화진흥위원장은 추도사에 나서 "불과 한달전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위를 당당한 모습으로 걸어오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신성일의 죽음을 가슴아파 했다.

오 위원장은 "'내가 여기 왔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듯 모두를 챙겨 바라보던 눈빛은 영화인들의 무한한 든든함이었다"며 "선생님께서는 너무나 많은 추억을 두고 우리 곁을 떠났다. 500편이 넘는 수많은 영화들 속에 가장 아름다운 별이 됐다"고 추억했다.


장례식 내내 '졸혼'했던 남편 신성일을 지켰던 엄앵란은 담담하게 신성일의 마지막 길을 축복했다.

엄앵란은 "가만히 앉아서 사진을 보니까 '당신도 늙고 나도 늙었네'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함께 했던 시간을 돌아봤다. 이어 "이 세상 떠나면서 울면서 보내고 싶지는 않다"며 "누가 보면 날더러 '왜 안 우냐'고 한다. 그런데 울면 망자가 걸음을 못 걷는다더라"라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신성일에게 "다시 태어나서 산다면 이젠 선녀같이 (남편을) 동경하며 그러고 살고 싶다"며 "남편들도 부인들에게 잘 하라. 잘하면 기쁨이 온다"고 인사를 건넸다.

영결식에 상영된 작품은 영화 '만추', '맨발의 청춘', '휴일', '내시' 등 고 신성일의 대표작이다. 흑백의 스크린이 컬러로 바뀔 때까지 영화와 함께한 신성일의 모습이 추모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신성일은 1960년 고 신상옥 감독의 영화 '로맨스 빠빠'로 데뷔한 후 20여년 간 대한문국 영화계 최고 스타로 군림했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5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면서 한국 영화의 산 증인으로 꼽힌다.

또한 2000년 16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국정 활동을 펼치는가 하면, 한국영화배우협회 회장을 지내면서 영화계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한편 고 신성일의 장지는 경북 영천의 선영에 마련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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