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흔들리는 車산업, 노동법부터 고쳐야

입력 2018-11-05 18:53
"파견근로·대체근로 허용 안 되고
인건비도 높아 가격경쟁력 상실
세계시장서 경쟁할 수 있게 도와야"

유지수 < 국민대 총장 >


완성차 업체가 고전하면서 부품산업까지 무너질 위험에 처했다. 국내 500개 부품업체의 영업이익이 10년 전보다 40% 줄었다. 자동차산업은 직접고용만 35만 명 규모여서 기반이 무너지면 국가적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외적 요인이 크다. 중국에서 한국 부품업체를 내쫓기 위한 중국 정부의 정책이 무엇보다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 됐다. 그런데 우리나라 자동차업체, 특히 부품업체를 몰아내기 위해 20%의 부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자국 부품업체로 대체하겠다는 의도다.

더 큰 요인은 한국 안에 있다. 국내 자동차 공장은 해외 공장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지 오래됐다. GM만 해도 한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 더 싸게 먹힌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한국은 평균 26.8시간이 걸리지만 일본(도요타)은 24.1시간밖에 안 걸린다.

반면 매출 대비 임금 비중은 한국이 훨씬 높다. 한국 업체는 평균 12.29%인데 도요타는 5.85%, 독일 폭스바겐은 9.95%밖에 안 된다. 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너무 높으니 국내 자동차 생산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2011년 466만 대에서 이제는 411만 대로 줄었다. 외국계 자동차 업체도 급격하게 상승하는 인건비 부담 탓에 국내에서 생산·판매하기보다 해외에서 생산한 차량을 수입해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내 공장의 경쟁력이 경쟁국가에 비해 훨씬 떨어지니 할 말이 없다.

우리나라 제조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노동법이다. 우리나라 노동법은 노조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노조가 스스로 파업을 자제할 이유가 없다. 파업을 해도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없으니 사측은 노조 요구를 모두 들어 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대체인력을 투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파견근로만 해도 그렇다. 한국은 파견근로를 금지하고 있지만 도요타는 생산인력의 27%가 파견근로자다. 독일도 2003년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하르츠 개혁’을 통해 자동차산업에 파견직을 허용했고 80만 명 이상이 파견직으로 일하고 있다. 미국에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 공장도 인력의 20~30%를 파견직으로 쓰고 있다. 우리보다 훨씬 잘사는 나라들이 싼 인건비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니 누가 한국에 공장을 지어 자동차를 생산하겠다고 하겠는가.

국내에서 생산한 자동차의 70%를 수출해야 하는 나라에서 이런 노동법을 만들어 놓았으니 생산이 줄고 수출이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한국은 한때 316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252만 대 정도로 줄었고 앞으로는 더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노동법과 고임금 구조로는 경쟁이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자동차 브랜드 가치가 독일이나 일본의 경쟁 업체를 따라갈 정도는 아니지 않는가.

국내 시장규모로 볼 때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수출을 하지 않고서는 성장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정부와 국회는 국내 자동차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 없이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이 주게 하는 구조에서 살아남을 자동차 기업은 없다.

적게 일하고 많이 받으면 복지국가가 된다는 생각은 경쟁이 없을 때만 가능한 것이다. 물론 이것도 국민이 제품을 더 비싼 가격에 사주거나 더 많은 세금 부담을 감내할 것이란 조건이 충족돼야만 한다. 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쟁에 이겨야만 성장을 할 수 있는 작은 나라다. 노동법을 고치지 않는 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