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광화문~시청~동대문 지하공간 혁신
서울시, 2022년 준공…기본계획 용역 발주
남북으로 끊어진 지하 보행로 연결 총 4.5㎞
명동·백화점과 연계…거대 복합문화공간 조성
뉴욕 '로라인 프로젝트'처럼 자연채광 끌어들여
버려지는 곳 없이 농작물 기르고 휴식공간 활용
[ 최진석/박진우 기자 ]
서울시 중심부에 ‘거대 지하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광화문, 서울시청, 시청역, 을지로 상가, 동대문디지털프라자를 잇는 지하공간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 군데군데 끊어진 지하 보행로를 연결하고, 주변 상업시설과 관광특구까지 연계해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거대 지하 보행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지하철역마다 지하광장을 조성하고, 지하 보행공간에 자연채광도 끌어들이기로 했다.
서울시청~을지로~동대문에 거대 지하도시
현재 서울 도심에는 시청역~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지하도 구간(3.1㎞, 1983년 완공)과 광화문역~종각역 지하 보행·상업 구간(1㎞)이 있다. 시는 남북으로 떨어져 있는 두 지하로를 연결(광화문~서울시청~시청역 400m 구간)해 ‘ㄷ’자 형태의 대규모 지하도시(총길이 4.5㎞, 3만1000㎡)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광화문~시청 일대에 있는 프레스센터와 더익스체인지서울, 정보화진흥빌딩, 프리미어플레이스, 서울파이낸스센터 등 고층빌딩 지하에 보행로와 상업시설을 들이는 리모델링을 2020년 시작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또 오는 16일 ‘을지로 입체 보행공간 조성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이번 용역은 도심 지하도 구간 세 곳 중 시청역~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지하도 구간을 전면 개편하는 사업 기본계획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캐나다 몬트리올의 언더그라운드 시티처럼 지하공간을 복층화하고 거대 상업·문화 복합공간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들 지하공간을 12개 지하철역과 30여 개 대형빌딩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을지로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간으로 이어지는 지하보행로를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을지로를 세운상가, 명동 관광특구, 충무로 인쇄 특정개발진흥지구 등 주요 거점과도 연계할 방침이다. 완공 목표 시점은 2022년이다. 다만 안전문제와 연결로 확보로 인한 이해관계가 사업 진행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서울시 고위관계자 설명이다.
서울시는 지하철역마다 지하광장을 조성하고, 지하상가를 재배치하는 계획도 세우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6년 시청광장 지하쇼핑센터~을지로 지하쇼핑센터~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일대의 입체지적을 구축해 기초작업을 마쳤다. 지상·지하공간의 연결성도 강화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을지로 차로를 축소하고 보행공간 폭을 넓히기 위해 추진 중인 ‘을지로 보행친화공간 조성사업’과도 연계해 지상·지하공간 수직연결로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용역으로 기본계획과 연차별 사업계획까지 마련해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경제적 타당성과 재무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민자 유치 여부도 결정한다.
지하에 자연채광 끌어들인다
서울시는 지하공간에는 최대한 자연채광을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설계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을지로 지하공간은 미국 뉴욕 ‘로라인 프로젝트’를 기본 모델로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뉴욕 로라인 프로젝트는 지상 집광기와 채광기로 지하에 빛을 내려보내 농작물을 기르는 밭과 휴식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21년 완공될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사진)은 2016년 뉴욕을 방문해 “(로라인 프로젝트는) 자연의 빛을 지하로 전달해 생물이 자라는 것이 가능한지 보여주는 실험”이라며 “서울에도 버려진 지하공간 등이 있고, 일부러 확장해볼 만한 프로젝트”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당시 지하 채광공간의 대상지로 광화문과 을지로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기본계획이 정해지면 설계공모 지침을 마련해 기본·실시설계 공모에 들어가기로 했다.
박진우/최진석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