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서 원두 직수입…바리스타까지 배치

입력 2018-11-04 18:57
콜라보다 잘 팔리는 편의점 원두커피 '고급화 경쟁' 본격화

올해 편의점 원두커피 2억잔 돌파

CU, 남미 등 산지서 직접 수입
GS25, 커피머신에 1300억 투자
세븐일레븐, 드립 추출 커피 판매
이마트24, 일부매장에 바리스타


[ 안효주 기자 ]
편의점의 원두커피 열풍이 뜨겁다. 4일 편의점 CU 관계자는 “원두커피가 캔커피와 흰우유를 제치고 콜라보다 더 잘 팔리고 있다”며 “원두커피가 식음료부문 베스트셀링 상품으로 등극했다”고 말했다. 편의점 즉석 원두커피 판매량은 2016년 9450만 잔에서 2017년 1억6900만 잔으로 크게 늘었으며 올해는 2억 잔을 웃돌 예정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 기준으로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의 절반 가격도 채 되지 않는 1200~1800원.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이 주 고객층이다. 편의점들은 이제는 고급화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 좋은 원두를 직접 공수하고 고급 커피 머신을 들여오는 등 품질 높이기에 나섰다.

◆원두커피 경쟁

편의점들이 원두커피 경쟁을 펼치기 시작한 건 2015년이다. 세븐일레븐은 그해 1월 업계 처음으로 자체 원두커피 브랜드 ‘세븐카페’를 내놓았다. 지금까지 5300여 군데의 매장에 일본에서 수입한 커피 머신을 들여놨다. 업계 유일하게 드립 추출 커피를 선보인다. 종이 필터를 사용해 한 잔씩 내리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총 1억2000여만 잔이 팔렸다. 원두 품질도 꼼꼼히 따지기 시작했다. CU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남미와 아프리카 원두 산지에서 직접 원재료를 들여온다. CU 관계자는 “현지 농장 10여 곳을 둘러보고 50여 종류의 커피를 테스트했다”며 “블렌딩 원두로는 탄자니아산 원두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커피머신 고급화

편의점 커피의 관건은 바리스타 없이도 일정한 맛을 내는 데 있다. 특별한 자격증이 없는 점주나 고객이 직접 커피를 내려야 한다. 커피는 향미를 즐기는 기호식품이다. 편의점들이 언제 어디서나 균일한 맛을 선보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유다.

GS25는 세계적인 커피머신 제조사 유라와 함께 GS25 전용 커피머신을 개발했다. 이 기계는 한 대에 1300만원가량으로 유라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 가장 비싸다. 에스프레소와 뜨거운 물을 따로 추출해 섞어 쓰고 떫은 맛을 줄였다. 진한 커피맛을 좋아하는 국내 트렌드를 반영해 물의 양과 커피 원액 추출 시간이 자동 조절된다. GS25 관계자는 “총 1300억원을 투자해 점포 1만여 곳에 유라 커피머신을 무상으로 들여놓았다”며 “가성비를 넘어 어느 지점에서나 균일한 맛을 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아예 바리스타를 들인 곳도 있다. 이마트24는 서울 이태원 해방촌점을 시작으로 ‘바리스타가 있는 편의점’을 확대하고 있다. 사내 직원을 선발해 바리스타 교육을 한 뒤 현장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지난 8월 서울 동작대교 남단 양쪽에 카페형 편의점 ‘이마트24 동작 구름카페’와 ‘이마트24 동작 노을카페’를 열었다.

◆편의점 천국 일본 쫓아가나

편의점업계는 일본 사례에서 편의점 커피의 성장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일본은 수년 전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100엔(약 1000원) 커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 2008년 일본 세븐일레븐이 100엔 커피를 출시한 데 이어 로손, 패밀리마트 등도 잇달아 비슷한 제품을 선보였다. 아메리카노뿐만 아니라 과일맛 프라페 등 카페에서 맛볼 수 있는 음료까지 즉석 제품으로 내놨다.

국내 편의점도 다채로운 메뉴 개발에 나섰다. CU는 미국 1위 초콜릿 업체인 허쉬와 손잡고 지난해 카페모카, 티라미수라테를 출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선 스타벅스가 100엔 커피 때문에 고전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한국의 편의점 커피 또한 장기적으로는 테이크아웃 전문 커피 전문점을 뛰어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