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10월'…맷집 돋보인 양매도 ETN

입력 2018-11-04 17:18
급락장서도 손실 최소화

코스피지수 13% 떨어졌지만
대표상품 'TRUE 양매도 5%'
지난달 수익률 -0.08% 선방

레버리지 쓰지 않아 안정성 높고
변동성 커진 다음달엔 회복 빨라


[ 나수지 기자 ] 지난달 코스피지수가 약 13% 급락했지만 옵션매도형 상품의 손실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 등 옵션매도형 상품은 평상시 횡보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지만 증시가 급변동하면 손실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레버리지(부채)가 없는 데다 변동성이 커지면 다음달 옵션 프리미엄이 함께 높아지면서 손실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어 급락장에서도 손실을 방어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락장에서도 손실 줄여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13.37%, 코스피200지수는 12.16% 각각 급락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양매도 ETN 대표상품인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은 0.08% 하락에 그쳤다. 이 상품보다 기대수익률이 높지만 손실 위험도 큰 ‘TRUE 코스피 양매도 3% OTM’은 2.13%, ‘TRUE 코스피 양매도 ATM’은 3.14% 각각 손실을 냈다. 풋옵션만 매도하는 ‘삼성 코스피 풋매도’ 수익률은 3.66% 떨어졌다.

양매도 ETN은 매달 옵션만기일에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하는 상품이다. 지수가 일정 범위에서 움직일 때는 옵션 프리미엄으로 수익을 내지만, 지수가 범위를 벗어나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는 손실이 난다. 범위를 좁게 설정할수록 기대수익률은 높아지지만 손실 위험도 함께 커진다. 가령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은 한 달 동안 코스피200지수가 위아래로 5% 이상 움직이지 않으면 수익을 낸다. 기대수익률은 연 5% 수준이다. ‘TRUE 코스피 양매도 3% OTM’의 기대수익률은 연 7% 안팎으로 더 높지만 그만큼 손실이 날 가능성도 크다.

손실 규모는 한 달 동안 코스피200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정해진다. 예를 들어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의 경우 옵션만기일 사이에 코스피200지수가 7% 떨어졌다면 5%를 벗어난 나머지인 2%가 최대 손실폭이다. 여기에서 옵션 프리미엄 등을 뺀 금액이 손실이 된다.

◆급락 뒤 수익률 회복 빨라

양매도 전략은 변동성이 커지면 손실도 클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의 양매도 ETN은 다르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증권사 ETN 담당 팀장은 “과거 자문사들은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레버리지를 일으켰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그만큼 대규모 손실이 났다”며 “양매도 ETN은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아 안정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레버리지를 쓰지 않기 때문에 증거금을 내고 남은 자금은 채권으로 운용한다. 여기에서 채권 이자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다음달은 옵션 프리미엄이 커지기 때문에 수익률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TRUE 코스피 양매도 OTM 5%’는 증시가 급락한 지난달 26일 하루 만에 0.52% 떨어졌지만, 지난 2일에는 하루 동안 0.76% 올라 지난달 손실분을 대부분 회복했다.

다만 같은 전략의 상품이 쏟아지면서 위험은 똑같지만 기대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이다.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증권사 3곳은 이달 ‘TRUE 코스피 양매도 OTM 5%’와 같은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상품들은 옵션 만기일에 포지션을 모두 청산하고 새로운 포지션을 잡도록 설계됐다. 상품 덩치가 커지면 한 번에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원하는 가격보다 손해를 보고 옵션을 청산하거나 매도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상품 수익률은 떨어진다. 다른 증권사 ETN 담당자는 “증권사 간 협의를 통해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상품 규모를 관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