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별세한 고(故) 신성일의 장례로 치러질 ‘영화인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영화배우협회 측은 배우 신성일의 장례를 영화인장으로 치른다고 밝혔다. 영화인장은 한국영화의 발전에 공헌한 예술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장례 절차다.
한국영화배우협회와 한국영화인단체총연합회 등 영화계 관계자들이 유족과 구체적인 장례 절차를 놓고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균 한국영화배우협회 명예회장과 기타 임원진, 영화감독 등으로 공동장례위원장이 구성될 예정이다.
신성일에게는 영화인장의 의미가 더 크다. 그는 영화인장을 진행할 한국영화배우협회의 초대 이사장을 맡았던 적도 있다. 최근까지도 명예이사장 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의 배우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이들 가운데서도 영화인장을 치룬 이들이 많았다. ‘신성일(申星一)’이라는 예명을 지어준 고(故) 신상옥 감독의 영결식도 2006년 영화인장으로 치러졌다.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렸던 작품인 ‘아낌없이 주련다’의 유현무 감독도 2009년 같은 방식의 장례를 치른 바 있다.
영화계에 큰 족적을 남겼음에도 영화인장 대신 가족장을 선택한 이들도 있다. 1943년 영화 ‘그대와 나’로 데뷔했던 배우 고(故) 황정순의 장례는 유족들의 뜻에 따라 2014년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지난 4월 작고한 배우 고(故) 최은희의 장례도 가족장으로 진행되었다. 고인의 생전 뜻을 따른 것이었다.
누구보다 영화인으로서의 자기 인식이 뚜렷했던 배우 신성일이다. 524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도 보디빌딩을 하고 마라톤에 참여하는 등 배우로서의 자기 관리를 꾸준히 해왔다.
2016년 폐암 3기 진단을 받았음에도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여하여 “들것에 실려서라도 시상식장에 꼭 오겠다”는 의지까지 드러냈다. 아내인 배우 엄앵란은 영화인으로서 그의 품위를 지켜주기 위해 병원비까지 지원했다. 엄앵란은 “우리는 동지야. 끝까지 멋있게 죽어야 한다”며 “신성일은 VVIP특실에서 대우받고 돌아가셔야 한다”고 말했다는 게 딸 강수화 씨가 전한 뒷이야기다.
원로배우 신영균은 "80세까지도 영화를 하려 애썼고, 몇달 전에는 '형님, 저와 영화 만듭시다'라며 제안하기도 했다"며 고인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그는 고인이 갑작스럽게 타계한 데 대해 안타까움을 거듭 드러내기도 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1월6일로 예정돼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