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지표 줄줄이 '감속'…고용시장만 '호황'

입력 2018-11-02 19:32
수정 2018-11-03 07:25
10월 제조업 PMI 상승세 주춤

고용 25만명 증가…예상치 넘어
임금 상승률 9년 만에 3% 돌파


[ 김현석/강동균 기자 ] “철강 관세와 유가 상승이 비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미국 에너지업체)

중국뿐만 아니라 호황을 누려온 미국 경제에도 통상전쟁의 여파가 커지고 있다. 둔화 조짐을 보이는 경제 지표가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고용지표는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를 보였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1일(현지시간) 발표한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보다 2.1 하락한 57.7로 집계돼 지난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상치 59.0에 못 미쳤다. PMI는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나타낸다. 여전히 확장 국면이지만 상승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티머시 피오레 ISM 조사위원장은 “제조업 수요는 완만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신규주문지수(58.4)는 2017년 4월 이후 처음으로 60 이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신규 수주가 더뎌지자 늘어난 관세 부담이 미국 제조업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세탁기 등 대형 내구재에 들어가는 스프링 등을 제조하는 금속가공업계 활동이 2016년 9월 이후 처음 위축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와 이에 따른 외국의 보복 관세가 금속 재료를 활용해 각종 중간재를 만드는 기업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보도했다.

애플도 이날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0% 늘어난 629억달러(약 70조63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지만, 다음 분기 매출을 890억~930억달러로 전망해 시장 예상(930억달러)에 소폭 미달했다.

고용 시장은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2일 지난달 비농업부문 고용이 25만 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발표한 전망치(18만8000명)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민간부문 고용은 24만6000명, 공공부문 고용은 4000명 증가했다.

지난달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3.7%를 유지했다. 1969년 이후 49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시간당 임금은 전월보다 0.05달러(0.18%) 늘어난 27.30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 대비 3.1% 상승했다.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처음으로 3% 선을 넘었다. 일각에선 임금 인상에 따라 물가 상승이 가팔라지면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경제는 둔화 추세가 더 뚜렷하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0월 제조업 PMI는 50.2로 2016년 7월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매체 차이신이 조사한 10월 차이신 제조업 PMI도 50.1에 그쳐 작년 동기(51.0)에 비해 낮아졌다. PMI 조사가 대형 국유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데 비해 차이신 PMI는 소규모민간 기업에 초점을 맞춘다.

생산·소비·투자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 9월 산업생산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하는 데 그쳐 8월 증가율(6.1%)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

뉴욕=김현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