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 8700여명 정규직으로 채용키로
채용규모 단일기업 사상 최대
무노조경영 끝내고 노조활동 보장
순환출자 고리 해소 이어
반도체 백혈병 피해보상도 마무리
이재용 부회장의 갈등해소 '의지'
[ 고재연 기자 ]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키로 했다. 노사 양측이 ‘협력업체 직원의 직접 고용 합의서’에 서명한 지 200일 만에 이뤄진 신속 협상이다. 삼성은 사회적 논란이 됐던 오랜 난제들을 하나씩 해결하고 있다. 노동조합 활동 보장,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전원 피해 보상,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이 대표적이다. 일련의 결정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을 이른 시일 내 정리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회사를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다.
◆협력사 직원 8700명 직접 고용
삼성전자서비스는 2일 협력업체 직원 8700여 명을 경력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노조는 지난 1일부터 잠정 합의안을 놓고 노조원 찬반투표를 했고, 이날 개표 결과 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도급 계약을 맺고 있는 협력사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채용 규모도 단일 기업 사상 최대다. 이들을 직접 고용하면서 삼성전자는 ‘무노조 경영’을 끝내고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하게 됐다.
직접 고용 대상은 협력사의 정규직과 근속기간 2년 이상의 기간제 직원이다. 수리 협력사 7800여 명과 상담 협력사(콜센터 직원) 900여 명 등 8700여 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수리 협력사 직원은 채용 절차를 거쳐 내년 1월1일자로 삼성전자서비스에 경력으로 입사한다. 논란이 됐던 콜센터 직원 직접 채용 문제는 콜센터 전문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CS를 설립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콜센터 직원들은 오는 5일자로 이 회사에 입사한다. 협력사 대표는 삼성전자서비스에 직접 고용되거나, 일정한 보상을 받는 방안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적 갈등 잇따라 해소
처우도 협력사 근무 시절에 비해 크게 개선된다. 연봉 인상은 물론 삼성전자의 연말 성과급(PS)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서비스CS는 인력의 70% 이상이 여성임을 고려해 모성 보호, 육아 지원 제도 등 맞춤형 복지를 강화하고 상담 업무 환경도 개선하기로 했다. 이번 직접 고용으로 삼성전자서비스는 전체 임직원 9000여 명, 184개 직영 수리 거점을 갖춘 국내 애프터서비스(AS)업계 최대 규모의 회사가 된다.
전날 이른바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된 데 이어 최근 진통을 거듭해온 삼성전자서비스 직접 채용 협상도 타결된 것에 대해 재계에서는 삼성이 오랜 난제 해결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전원 보상 합의는 ‘백지위임’이라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협상의 물꼬를 트면서 11년 만에 분쟁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지난 9월에는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끊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 운전기사 400여 명의 무기계약직 직접 채용, 노동조합 활동 보장, 계열사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는 것도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