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선글라스 시찰' 논란에도 '왕실장' 임기 넘어 최장수 비서실장되나

입력 2018-11-02 16:46
수정 2018-11-02 16:52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2인자’로 우뚝 올라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존재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세 논란’과 더불어 역대 정권 가운데 몇 안 되는 ‘장수 비서실장’ 반열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임기를 시작한 임 실장은 오는 9일 비서실장에 오른 지 1년 6개월째를 맞는다. 2000년 이후 임명된 17명의 ‘대통령의 오른팔’ 가운데 1년 반이 넘는 임기를 채운 사람은 단 4명에 불과하다. 특히 임 실장은 이달 말 박근혜 정부 시절 ‘왕실장’으로 불려온 김기춘 실장의 임기마저 넘어서게 된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임명돼 1년11개월의 임기를 채운 정정길 실장의 기록마저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희 정권 당시 강력한 권력을 쥐었던 이후락 실장(5년10개월)과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임기 2년을 채운 비서실장은 노태우 정부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홍성철 실장(2년1개월)이 유일하다.

최근 교체설이 불거진 정책실장에 비해 임 실장의 입지는 이처럼 누구보다 탄탄하다. 6개월도 채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2인자 자리를 떠나야 했던 숱한 비서실장들과 상반된 모습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전혀 다른 성향을 갖고 있어 청와대 내부에서 서로 보완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실세 논란에도 임 실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은 여전히 두텁다”고 했다.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려온 비서실장이 이처럼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는 이유는 ‘비서실장 출신‘인 문 대통령의 남다른 ‘비서실장관(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비서실장 출신인 문 대통령은 과거 보이지 않는 존재였던 비서실장이 일하는 존재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임 실장은 역대 비서실장과 달리 남북공동선언의 이행추진점검위원장이라는 역할을 맡으며 전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아랍애미레이트(UAE) 특사로 파견돼 외교무대에서 직접 가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날 역시 임 실장은 서울 모처에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오찬을 하며 모하메드 왕세제의 방한 일정 등 양국 협력을 논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같은 임 실장의 행보는 문 대통령의 통념을 깬 조직 운영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했다.

권한이 큰 만큼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참모들은 임 실장이 문 대통령보다 보고서를 살피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했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치아가 빠져 병원에 다닐 정도라는 얘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임 실장의 파격행보에 ‘만사임통(모든 일은 임종석을 통한다)’는 얘기도 청와대 안팎에서 나온다. 존재감이 없던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임자로 급부상한 이유가 임 실장의 ‘대학 동문’이기 때문이란 루머가 나돌 정도로 외부에서 바라보면 임 실장의 영향력은 크다. 이로 인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임종석 비서실장의 도 넘은 월권에 도대체 이 나라 대통령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라는 류의 비판 글이 상당수 게재돼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