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블록체인 원조는 고려 개성상인의 회계장부

입력 2018-11-01 18:17
세계가 놀란 개성회계의 비밀

한국공인회계사회 기획 / 전성호 지음
한국경제신문 한경BP / 244쪽│1만5000원


[ 최종석 기자 ] “복식부기는 인간의 지혜가 낳은 가장 위대한 발명 중 하나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복식부기 없는 자본주의는 상상할 수 없다. 이 두 가지 현상은 마치 형식과 내용처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독일 경제학자 베르너 좀바르트)

부기는 돈의 흐름을 집계하고 기록하는 것으로 회계의 기본이다. 복식부기는 회계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발명이다. 자산과 자본의 증감, 변화 과정과 결과까지 자세히 기록한다. 회계로 인해 자본주의가 완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복식부기는 13~14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 상인들이 개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베네치아에 기업이 들어서고 은행이 생겨나며 복식부기가 탄생했다. 그런데 이보다 200년 전에 고려 개성상인들이 먼저 복식부기 장부를 사용했다는 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개성상인들은 전국적인 상인조직을 갖추고 왕성한 상업활동을 펼쳤다.

전성호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는 《세계가 놀란 개성회계의 비밀》에서 과학적인 최초의 복식부기를 사용한 개성상인들의 합리적 사고를 파헤친다. 개성상인들의 철학과 윤리, 상도와 상술에 대해서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자세히 설명한다.

개성상인들은 시대를 앞선 3가지 상업제도를 통해 오랜 세월 자본을 축적하고 상인 집단으로 활약했다. 첫째는 선진적인 복식부기인 ‘사개송도치부법’이다. 사개는 대차대조표의 대변과 차변에 해당하는 계정을 ‘주는 자, 받는 자, 주는 것, 받는 것’ 이렇게 네 가지 요소로 나눠 기록한 것이다. 자산 계정의 위치인 차변에는 받는 자와 받는 것을 표시하고, 부채와 자본의 계정인 대변에는 주는 자와 주는 것을 배치했다. 서양 재무상태표의 ‘자산+비용=부채+자본+수익’이라는 방정식과 똑같은 원리다.

베네치아 상인들은 재무상태표의 대변 계정을 타인자본과 자기자본으로 구분했다. 사개송도치부법은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부채로 인식했다. 놀랍게도 이는 오늘날 미국식 재무상태표의 균형식과 같은 원리다.

둘째는 최근 인터넷상 위조와 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망처럼 은행을 두지 않고도 회계장부의 계정처리만으로 금융 거래를 수행하는 ‘시변제도’다. 신용만 확실하다면 아무것도 보지 않고 돈을 꿔주는 개성상인만의 고유한 금융제도였다. 오늘날 은행 간 콜머니 마켓처럼 단기 유동성을 조달하는 시장이었다.

셋째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실천한 전문경영인제도인 ‘차인제도’다. 자신의 가게에서 10년 이상 잘 양성된 점원이 믿음직스럽게 성장하면 그 점원을 차인으로 등용했다. 차인에게 무담보로 자금을 대여하고 스스로 상업 활동을 하게 했다. 이때 주인은 차인의 경영에 일절 간섭하지 않고, 이윤이 생기면 공평하게 나눴다. 차인이 큰 자본을 조성하면 완전히 독립시켰다.

개성상인의 회계 장부에서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주회계책과 각인회계책이다. 주회계책은 매일 발생한 거래내역을 매년 주기적으로 한 장짜리 요약 보고서로 작성한 것이다. 각인회계책은 그룹 내 여러 자회사가 각자 독립된 개별 영업활동 내용을 최종 요약해 한 장짜리 보고서로 정리해 책으로 묶은 것이다. 이를 정밀히 검토한 학자들은 현대 기업회계의 바이블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투명하고 정직한 회계를 통해 상도를 지켜나간 개성상인들의 경영철학은 오늘날 본받아야 할 문화유산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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