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퍼주기 복지' 개혁 중
실업수당부터 손본다
佛, 구직활동 안하면 실업수당 중단
핀란드, 지급기간 줄이고 엄격 관리
英, 가구당 근로시간 많으면 더 지원
실업자 일자리 알선도 민간에 맡겨
[ 설지연 기자 ]
프랑스 파리에 사는 레티시아 르클레르 씨(26)는 지난해 8월 제조업체 임시 계약직을 그만뒀다. 1년이 넘도록 새 일자리를 못 찾은 그는 매달 850유로(약 110만원)의 실업수당을 받고 있다. 계약직으로 일하며 받던 임금의 80% 수준이다. 르클레르 씨가 제조업체에서 일한 기간은 1년에 불과하지만 실업수당은 최대 3년간 받을 수 있다. 르클레르 씨는 “몇 달만 일하고 그만둬도 실업수당이 오랫동안 나온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실업자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실업자에게 후한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1958년 처음 도입했을 때 2만4000명이었던 실업수당 수령자는 지난해 250만 명으로 불어났다. 정부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프랑스 정부는 지급 요건을 강화하는 등 개혁에 나섰다.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영국과 핀란드 등도 ‘일하는 복지’로 정책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으면 실업수당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나치게 후한 실업수당이 정부 재정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일할 의지를 약화시킨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기준 프랑스 실업보험기금의 부채는 338억유로(약 43조원)에 달한다.
앞으로 프랑스에선 실업자지원센터가 연결해 준 일자리를 타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월별 최소 구직 횟수를 채우지 못하면 실업수당을 받을 수 없다. 이 같은 사례가 1회 적발되면 1개월치 실업수당이 끊기고 2회 적발되면 2개월간, 3회째엔 4개월간 실업수당 지급이 중지된다. 뮈리엘 페니코 프랑스 노동부 장관은 “실업수당을 더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핀란드는 지난해 1월 실업자 2000명을 대상으로 지급하기 시작한 기본소득제도를 올해 말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다. 대신 내년부터는 구직 활동에 따라 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핀란드 정부는 “복지 제도를 미리 간소화하지 않으면 고령화 진전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복지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에 나섰다.
실업수당 지급 기간은 지난해부터 최대 100주에서 80주로 줄였다. 실업자지원센터의 취업 제안을 거절하면 수당 지급을 중단하는 벌칙 기간은 60일에서 90일로 늘렸다. 또 최근 3개월 내 최소 18시간 동안 일을 하거나 직업훈련을 받지 않으면 수당을 삭감하기로 했다.
전방위적 복지 개혁 덕택에 핀란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는 2015년 63.5%에서 2017년 61.4%로 감소했다. 에스코 아호 전 핀란드 총리는 “미래를 위해서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근로세액공제, 아동세액공제, 주택급여, 소득보조, 실업수당 등 30가지에 이르는 복지제도를 ‘유니버설 크레디트(universal credit)’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가구당 근로시간이 많을수록 지원액이 많아지게 했다. 수급 조건도 종전보다 엄격하게 제한했다. 제도를 단순화해 행정 인력과 비용을 줄이고 부정 수급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정부는 또 실업수당 지출을 줄일 목적으로 실업자 일자리 알선 사업을 민간 기업에 맡겼다. 민간 알선 회사가 실업수당 대상자 명부를 넘겨받아 일자리를 소개해 주고, 고용을 6개월 이상 유지시키면 정부로부터 돈을 받는 방식이다. 취업이 많이 될수록 일자리 알선 회사의 이익이 늘어나게끔 제도를 설계해 실업자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