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경제교육연구소장
[ 문희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다. 재정 확장이 강조될 것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기획재정부가 만든 내년 정부 예산안은 올해보다 9.7% 늘어난 470조5000억원의 대규모다. 증가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10.6%) 이후 10년 만의 최고치다. 다름 아닌 복지 예산이 급증한 때문이다.
지금 재정 여력은 충분하다고 정부는 강조한다. 세금이 잘 걷혀 세수가 호황이어서다. 실제 세수는 지난해 본예산 기준으로 목표보다 23조원 더 걷힌 데 이어 올해 역시 20조원 이상의 초과 세수가 예상된다.
'세수 호황 파티' 지속되겠나
문제는 과연 세수 호황이 지속되느냐다. 오히려 끝이 보인다. 당장 ‘간판 기업’들의 올 3분기 실적은 속속 ‘어닝 쇼크’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일부 기업들이 버텨주고 있지만 불황에 대표 기업들마저 매출이 줄기 시작한 모양새다. 많은 기업이 초비상이다.
경제 지표들은 더 심각하다. 경제성장률부터 그렇다. 지난해 3.1%로 터널을 빠져나왔다고 했지만 성장률은 최근 2분기 연속 0%대다. 경제부총리는 올 2.9% 목표치 달성은 이미 어렵다고 토로한다. 한국은행은 3.0%였던 올 예상 성장률을 2.7%까지 낮췄다. 내년은 전망이 더 나쁘다.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에선 2%대 중반까지 낮춰 잡고 있다.
장기금리와 단기금리 격차도 급격히 줄었다. 경기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장기금리가 하락한 때문이다. 경기동행지수는 6개월째 내림세다. 기업 투자는 못 살아나고 경기체감지수 역시 기준치를 밑돈다. 주가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정부는 부자라지만 가계 소득은 불균형이 확대되고 기업 수익은 쪼그라들고 있다. 세금을 낼 국민과 기업이 줄면 결국 ‘초과 세수 파티’는 곧 끝날 수밖에 없다. 지금 재정이 든든하다고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아르바이트 수준인 공공일자리를 만든다, 건강보험과 무상교육·무상보육을 확대한다며 재정 지출을 마냥 늘린다. 남북한 경협을 확대한다니 이쪽에도 상당한 재정이 들어갈 것이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무상 보따리를 푼다. 예산은 신규 사업 없이 지금대로만 둬도 불어나게 돼 있다. 세수 파티가 끝나 간다는 경고가 나오는 판에 뭘 믿고 이러는지 모를 일이다.
한국만 역주행한다
미국 일본 등은 경제가 살아나 일자리가 남아도는데 한국은 불황에 빠져 일자리 부족에 허덕인다. 더구나 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거꾸로 올려야 할 처지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너무 커져 어쩔 수 없다. 경제도 정책도 역주행이다. 어떤 나라도 시도한 적 없는 소위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미망에 갇혀 허망한 실험으로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 황금기를 허송세월하고만 결말이다.
최근 한경 설문조사에서 경제지표 악화에는 청와대와 행정부 책임이 크다는 응답이 44.7%나 됐다. 대통령은 일자리는 정부가 아니라 역시 민간이 만드는 것이라며 뒤늦게 정상화로 선회하는 듯했지만 막상 달라진 것은 없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보면서도 그렇다. 정부만 호황을 누리며 점점 큰 정부로 간다. 노동 편향 조치들이 잇따르고 기업이라면 갑질이나 하는 소위 적폐 대상으로 몰아가니 무슨 투자를 하고 어떻게 일자리가 나오겠는가. 정작 위기보다 위기 불감증이 더 무섭다. 허망한 실패를 반복해서야 뭐가 나아지겠나. 보기 싫다고 외면할 수 있는 일도 아니 건만…. 차가워진 바람이 더 세차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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