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무기 연기…통일부 "北 입장 기다리고 있다"

입력 2018-10-30 17:42
비건, 정의용·조명균 만나
'남북관계 과속' 문제 등 협의


[ 이미아 기자 ]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의 시설점검 방북 계획이 무기 연기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이달로 예정됐던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방북과 평양예술단 공연, 경의선 북측 지역 철도 공동조사 등이 왜 미뤄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남북 간 기본적인 입장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일정을 잡는 것과 관련해 협의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당초 남북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123개사를 업종별로 구분해 150여 명의 관계자들을 사흘간 일정으로 나눠 공단 내 시설 점검을 할 계획이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의 방북이 늦어지면서 보건의료 분과회담, 철도·도로 공동 현지조사, 체육회담, 북측 예술단의 서울 공연 ‘가을이 왔다’ 등의 일정도 잇따라 밀릴 전망이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공단 재가동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다. 비대위 관계자는 “방북 계획의 실현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며 “13개 회사 관계자가 모여 현재 돌아가는 상황만 논의하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최근 보도되는 미국 입장과 한·미 간 대화 등을 고려할 때 이달 방북은 물 건너간 것 같다”며 “올해만 여러 차례 방북을 신청했던 터라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남북협력 사업의 일정 지연과 관련해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 등 한·미 갈등설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비건 대표는 전날 이례적으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만남을 요청하는 등 대통령을 제외한 안보 수뇌부를 모두 면담했다. 이날에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났다.

통일부가 공개한 비공개 면담 기록에 따르면 조 장관은 “남북관계, 북·미 관계의 보조를 맞추는 문제를 협의했으며,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비건 대표는 “우리(한·미)는 같은 것을 원하고 있다”며 평화와 안정, 북한 비핵화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은 비건과 면담하면서 남북관계 진전이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고 설득하고, 남북 철도연결을 위한 공동조사와 북한 양묘장 현대화 관련 제재 예외 인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