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선 한국말로 욕도 하던데…" 국회에서 영어만 쓴 구글코리아 사장

입력 2018-10-30 08:56
수정 2018-10-30 10:30


(임현우 IT과학부 기자) “존 리 사장이 집에선 한국말을 잘 한다던데 왜 여기서는… 한국분(가족)과 사시면서 어떻게 저렇게 하죠?”(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존 리 사장은 한국 사람들과 술자리도 많이 하고, 사석에선 한국말로 쌍욕도 잘한다고 전해들었다. 그런데도 통역시간을 너무 길게 쓴다. 질문 하나 하면 끝이다.”(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29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국감에서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의 ‘한국어 실력’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우리말에 능통하면서도 일부러 통역을 거쳐 답변하며 ‘시간 지연 작전’을 쓰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리 사장은 구글코리아에 영입되기 앞서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를 지냈다. 구글코리아 측은 리 사장의 ‘진짜 한국어 실력’에 대해 “개인적인 것은 모른다”고 했다.

국회 과방위는 구글의 조세회피 문제와 유튜브의 허위정보 동영상 논란 등을 따져묻기 위해 리 사장을 지난 10일에 이어 재차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는 이전 국감에서 모든 질문에 “모른다” “말할 수 없다”는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해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19일 만에 다시 국감장에 나왔지만 원론적인 말만 거듭하며 질문의 본질을 비껴가는 답변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수 성향 유튜브 방송 ‘고성국TV’의 영상물을 삭제한 일을 비판하자 리 사장은 “전반적인 플랫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좋은 제안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본사에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혐한(嫌韓) 동영상에 한국 기업광고가 버젓이 붙어도 구글코리아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리 사장은 “이용자들이 더 나은 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모든 질문과 답변에 동시통역사가 개입하면서 국감의 흐름이 툭툭 끊어졌다. 제한된 시간에 쫓기는 의원들은 진행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자청해 “내년부터 외국계 기업 증인은 하루이틀 정도 별도의 국감일을 잡고, 통역이나 답변 시간은 배제하고 심층 국감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외국계 기업이 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법·제도 영역의 밖에 있어 국회가 국감에서 제대로 다루는 방법밖에 없다”며 “통역을 포함한 5분 문답이라면 제도가 무용(無用)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는 멍 샤오윈 화웨이 한국지사장도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자사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의 보안 논란을 둘러싼 의혹은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다. 그가 “존경하는 의원님” 같은 형식적인 문구로 답변 시간을 소진하자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존경하지 않아도 좋으니 답만 명확히 해달라”며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끝)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