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 정용지 케어젠 대표
지방 분해·모발 증식 등
다양한 기능 필러 개발
자체공장서 원재료 생산
지난해 영업이익률 56%
[ 김기만 기자 ]
‘필러(filler)’는 주름과 흉터처럼 꺼진 부위를 채워주는 제품을 말한다. 별도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지 않고 안전성이 뛰어나다. 얼굴의 볼륨감을 살리거나 주름을 개선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한다. 단백질의 일종인 펩타이드(peptide)를 활용하면 필러의 용도는 더 넓어진다. 지방을 분해하는 필러, 머리를 자라게 하는 필러 등 다양한 기능의 필러를 개발할 수 있다.
케어젠은 펩타이드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한 회사다. 정용지 케어젠 대표는 2001년 미국에서 유전공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창업했다. 세포의 분열과 분화 등을 촉진하는 성장인자와 펩타이드 연구를 바탕으로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케어젠은 매출의 92%가량을 해외에서 올린다. 중국과 러시아 등 세계 130여 개국에서 케어젠 제품이 팔리고 있다.
◆독보적인 펩타이드 기술
정 대표는 20년 넘게 성장인자와 펩타이드를 연구했다. 성균관대 유전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코넬대에서 애니멀사이언스 분야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에서 박사후연구 과정 중 귀국해 창업했다. 그는 “제품을 직접 만들면 대학원보다 더 폭넓은 연구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케어젠은 국내외 120여 개의 펩타이드 물질특허를 등록했다. 또 407개의 펩타이드 기반 바이오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펩타이드는 필러 같은 의료용뿐만 아니라 화장품, 정수기 필터, 페인트 등에도 응용할 수 있다. 지난해 다이옥신과 미세먼지의 피부 침투를 막아주는 영유아 화장품 ‘네오베르’를 출시하게 된 배경이다. 정 대표는 “펩타이드 개발·변형 기술을 활용하면 공기에 있는 유해물질을 막는 화장품을 제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56%
케어젠은 지난해 매출 577억원, 영업이익 324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56.1%에 달한다. 정 대표는 “원재료를 경기 안양 공장에서 자체 생산해 다양한 제품을 이른 시일 내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며 “이를 통해 높은 원가 경쟁력과 제품의 안정성을 확보한 결과가 높은 이익률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화 방지 시장이 확대돼 앞으로 케어젠의 성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케어젠은 이런 시장을 겨냥해 세계 최초로 혈당 조절이 가능한 건강식품을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3대 실명 유발 질병인 황반병성을 치료할 수 있는 펩타이드 개발도 막바지 단계다. 정 대표는 “중소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에서 신뢰받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며 “독보적인 펩타이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신제품을 차례로 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