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산업 당장 고사시킬 게 아니면 '신한울' 재개해야

입력 2018-10-23 18:42
원자력발전산업이 고사(枯死)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마지막 신규 원전사업인 신고리 5, 6호기의 기자재 납품이 내년 9월 끝나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등에 대한 원전 수출이 성사되더라도 기자재 납품·설계업체들에는 2022~2023년에야 일감이 생길 것으로 예상돼 3~4년간은 손을 놓고 있어야 한다. 원전 수출 자체도 장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원전산업 생태계 조기붕괴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원전 관련업체들이 ‘일감 절벽’을 맞는 것은 정부가 지난 6월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신고리 5, 6호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백지화하기로 한 신한울 3, 4호기에 대해서만 공사를 중단시켜 놓은 채 최종 취소 결정은 미루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정책이라고 하는 게 적절하다”며 “(에너지 전환정책은) 7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가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탈원전 충격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원자력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2030년까지 최대 1만 명의 원전산업 인력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정부 용역보고서도 나왔다.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적자로 돌아선 것도 탈원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관련 산업이 무너지지 않게 신한울 3, 4호기만이라도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리 있는 얘기다. 한국은 25기 원전을 만드는 과정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다. 부품 기술이 중소기업으로 이어지는 공급망도 구축했다. 원전 공급망은 한 번 무너지면 복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원전산업을 당장 고사시킬 것이 아니라면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재개해 원전 경쟁력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