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탈모치료 받으러 갑니다"…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탈모 치료받는 남성 늘었다

입력 2018-10-23 11:36
#지난해부터 부쩍 휑해진 정수리가 신경 쓰였지만 바쁜 업무에 쉽게 병원을 찾지 못했던 직장인 김모씨. 김씨는 주 52시간 제도 시행 이후 한결 여유로워진 저녁시간을 탈모치료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퇴근 후 방문한 병원에서 탈모 검진을 받은 김씨는 의학적 치료와 함께 화장품을 활용한 두피관리도 열심히 하며 탈모 탈출을 고대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 제도가 시행되면서 탈모치료병원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최근 20~30대 젊은 남성 탈모환자들이 늘고 있는데다가 외모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경기도 동탄에 있는 수 피부과병원의 이홍탁 원장은 "평일 저녁 퇴근 후 탈모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 최근 평일 저녁 야간 진료를 확대했다"고 했다.

이 병원은 주 5일 근무제도 시행 이후 평일 남성 탈모환자가 크게 늘었다. 제도 시행 이전인 2분기보다 3분기의 평일 남성 탈모환자 방문자 수가 약 15%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탈모로 병원에 방문한 남성환자 1만7175명 중 30대 남성이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이어 20대 남성이 28%로 나타나 20,30대 젊은 남성환자 비율이 탈모증으로 병원을 방문한 전체 남성 환자의 과반을 차지했다. 이 원장은 "젊은 남성들에게 발생하는 탈모증은 소위 대머리라 일컫는 남성형 탈모증으로 한번 증상이 시작되면 탈모가 지속되는 진행성 질환"이라며 "초기에 적절한 의학적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남성형 탈모는 보통 20대 후반에서 30대부터 시작되는데, 앞머리에서 정수리까지 특정부위의 모발 성장기가 짧아지며 굵고 힘있는 머리카락이 가늘고 색이 옅어지며 솜털화 되는 것이 특징이다. 주요 원인은 유전적 요인과 남성호르몬 변환 물질인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의 작용이다. DHT는 모근을 공격해 모발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하고 탈모를 유발한다.

남성형 탈모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면 호전될 수 있다. 초기 및 중기 남성형 탈모의 의학적 치료법은 약물을 이용해 모발의 성장을 촉진하는 형태로 복용하는 약물과 바르는 약물 두 가지가 있다.

먹는 약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변환하는 과정을 차단해 탈모의 진행을 막는다. 약물치료는 2~3개월이 지나야 치료 효과가 눈에 보이고 6개월이 지나서부터 눈에 띄는 탈모 개선 효과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꾸준한 치료가 필수다.

약물 치료만으로 충분히 효과를 보기 어려운 중기 이상 탈모의 경우에는 모발 이식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모발이식은 유전적 영향을 받지 않는 뒷머리 모낭을 탈모 부위에 옮겨 심는 탈모 치료법으로 이식한 모발은 영구적으로 탈모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모발 이식 후 이식한 모발 주위에서 추가적인 탈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약물치료를 꾸준히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탈모 증상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외출 후 또는 잠들기 전에 모발을 깨끗이 감아 두피를 청결하게 유지한다. 또 요즘과 같은 가을철은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DHT의 생성을 촉진하는 인스턴트 식품이나 고지방식 보다는 단백질이 함유된 콩이나 생선 및 식이섬유가 풍부한 현미, 채소류의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

이 원장은 "고 단백질-저 지방식 중심의 식습관 개선, 샴푸를 통한 청결한 두피 관리 등의 실천은 남성형 탈모증의 의학적 치료가 선행되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보조적인 관리요법이기 때문에 효과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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