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측근, 사우디 반박…"언론인 죽음은 야만적 계획범죄"

입력 2018-10-23 09:14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측근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죽음에 대해 '계획된 범죄'라고 밝혔다. 앞서 사우디 정부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죽음이 우발적 결과라고 발표한 데 대한 반박이다.

여당 '정의개발당'(AKP)의 외메르 첼리크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취재진에 카슈끄지의 죽음은 "극도로 야만적인 방식으로 계획됐다"고 단언했다. 직전 내각에서 유럽연합(EU) 담당 장관을 지낸 첼리크 대변인은 "이 사실을 덮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 우리가 맞서 있다"고 말했다.

첼리크 대변인의 '계획된 범죄' 발언은 카슈끄지가 주(駐)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사우디 요원 일행과 몸싸움 중 우발적으로 숨졌다는 사우디 정부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 측근인 야신 악타이 고문은 이날 친정부 일간 예니샤파크 기고문에서 사우디의 발표에 대해 "우리 정보당국을 조롱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악타이 고문은 카슈끄지와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유력 언론인은 카슈끄지 사건으로 터키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공존할 수 없는 관계가 됐다며 강경한 주장을 펼쳤다.

일간지 휘리예트의 필진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전략에 정통하다고 알려진 압둘카디르 셀위는 이날 칼럼에서 "사우디 왕세자가 문책을 당하고 왕세자에서 폐위되기 전까지 우리는 사건을 종결할 수 없다"고 썼다.

셀위는 "우리는 터키의 적인 사우디 왕세자와 (앞으로) 50년을 지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전날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사건의 적나라한 진실을 낱낱이 공개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23일 AKP 의원총회에서 상세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터키 대통령실의 이브라힘 칼른 대변인은 22일 앙카라에서 취재진에 "처음부터 대통령의 기조는 분명했다. 이 사건에 비밀을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터키 수사 당국은 이날 이스탄불의 유럽쪽 술탄가지 구역의 한 주차장에서 버려진 사우디 총영사관 차량을 새로 발견했다고 관영 아나돌루통신 등 터키 매체가 보도했다.

경찰은 총영사관 차량의 동선을 바탕으로 이스탄불 북부 녹지 벨그라드숲과 보스포루스해협 남동쪽 얄로바시(市) 외곽 농지 등을 수색했지만, 카슈끄지 사망 경위를 밝혀줄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시신은 아직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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