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감 스타' 박용진·유민봉 뒤엔 '제보와 뚝심' 있었다

입력 2018-10-22 17:47
'유치원 비리' 폭로한 박용진
"정치적 유불리 따지지 않았다"
이익단체 로비·저항 이겨내

'고용세습' 파헤친 유민봉
작년 국감 준비 중 제보받아
"다른 기관 비리도 따져볼 것"


[ 김형호/배정철 기자 ] “비주류 초선의원들이 ‘대형 사고’를 쳤다.”

‘유치원 회계부정’과 ‘공기업 고용세습’ 논란이 국정감사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유치원 회계부정을 처음 제기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북을)과 공기업 고용세습 의혹을 터뜨린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이 이번 국감의 최대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박 의원과 유 의원은 당내 비주류 초선의원이다. 겁 없는 초선의원들이 거대 이익집단과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에 정치권 안팎에서 응원이 쇄도하고 있다. 정치권 한 인사는 “박 의원과 유 의원이 워낙 큰 이슈를 터뜨려서 다른 사안들은 다 묻힌 느낌”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용진, ‘표 잃더라도 끝까지 캔다’

박 의원은 교육위원회에 새로 배정된 지 불과 석 달 만에 초대형 사고를 쳤다. 지난 11일 사립유치원 회계부정 내용을 공개한 후 소액 후원금과 응원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박 의원은 “입김이 막강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 맞설 때는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크게 응원해줄지 몰랐다”며 안도했다.

박 의원의 유치원 비리 공개는 지난 5일 국회에서 개최 예정이던 ‘유치원 비리근절 토론회’를 한유총이 물리력으로 무산시킨 게 도화선이 됐다. 박 의원도 유치원 회계부정 내용을 두고 초반에는 고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사립유치원을 잘못 건드리면 다음 총선에서 떨어진다’는 주변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박 의원 측은 “지역에서 5000표가 날아가도 전국에서 50만 표를 얻을 수 있다. 끝까지 가보자”며 강행을 결심했다.

당초 박 의원은 20대 국회 전반기에 활동했던 정무위원회 잔류를 희망했으나 지난 6월 비자발적으로 교육위를 배정받았다. 박 의원은 처음엔 당내 비주류 소장파의 설움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그런데 주변 지인들이 “교육위가 맘먹고 들면 캘 게 많다”고 조언해줬다. 박 의원은 “유치원 회계부정, 사학비리, 연구비 비리를 3대 목표로 정하고 본격적으로 자료를 모았다”고 전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박 의원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을 거쳐 2012년 민주당에 합류해 대변인 등을 지냈다.


◆유민봉, ‘1년 동안 파고든 결실’

공기업 고용세습 의혹은 유 의원이 지난 1년간 파고든 끝에 윤곽이 드러났다. 당초 유 의원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제보를 받고 의혹을 제기했으나 공론화되지 못했다. 유 의원은 “당시엔 구체적인 자료가 없어 의혹 제기 수준에서 끝났다”며 “이후 1년 동안 서울시 공공기관의 정규직 관련 자료를 모아왔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의 문제 제기로 공공기관 고용세습은 야3당이 국정조사까지 요구하는 대형 이슈로 탈바꿈했다. 정부도 공공기관 채용 실태에 대한 전수검사를 검토하고 있다. 국정감사 초반 이슈 주도에 애를 먹던 한국당은 유 의원의 문제 제기 이후 모처럼 당력을 집중해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박근혜 정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출신인 유 의원은 평소 조용한 성격으로 존재감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학자 출신의 꼼꼼함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모처럼 일을 냈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유 의원 측은 서울시 산하 기관의 부실 자료 제출 때문에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서울교통공사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통합 출범한 회사인데 공사 측이 자료를 요구하면 서울메트로 채용자료만 보내는 등 무성의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 측은 서울시 산하 다른 공공기관의 채용 실태도 점검하고 있다.

김형호/배정철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