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필기 고사장의 수험생 '퀵 수송전쟁'

입력 2018-10-22 14:42
수정 2018-10-29 10:24


(공태윤 산업부 기자) 20일 오후 1시20분. 한국은행 필기시험이 치러진 서울 용산고등학교 정문앞에는 13대의 퀵 오토바이가 대기하고 있었다.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한 퀵서비스 기사는 “을지로에 있는 한양공고까지 1시55분까지 데려다 주기로 약속하고 대기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양공고에선 오후부터 SGI서울보증 필기시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퀵서비스 기사는 “10월 기업 입사시험부터 11월 수능(수학능력시험)까지는 주말 일감이 넘치는 시기”라고 했다. 그는 “짧은 시간동안 왔다갔다해야 해서 하루에 많아야 두건 정도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퀵서비스 오토바이에는 ‘수험생’이란 문구를 적은 종이가 붙여져 있었다.

수험생의 학부모 몇몇은 교문앞에서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퀵서비스 기사와 가격흥정을 벌이기도 했다. 한 퀵서비스 기사는 “거리와 시간, 대기자 수 등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면서 “용산고에서 한양공고까지는 7만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를 벗어나면 10만원까지도 부르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학생들이 알고 연락을 했느냐”고 묻자 “온라인에 ‘수험생 배달’이라고 검색하면 퀵업체들의 인터넷 주소가 많이 뜰 것”이라고 알려줬다. 요금수령과 관련해서 한 퀵서비스 기사는 ‘노쇼’를 방지하기 위해 50%는 선불로 받고 나머지는 목적지에 도착하면 받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목적지에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요금을 안받냐”는 질문에 “그런 경우는 아직까지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딱 잘라말했다.

오후 1시30분. 시험이 끝났는지 수험생들이 조금씩 조금씩 나오자 퀵 서비스 기사들은 오토바이 헬맷을 쓰고 시동을 걸었다. 한 수험생이 교문으로 급히 달려나오자 그 학생의 학부모는 미리 대기시킨 퀵서비스로 안내를 했다. 또 다른 여성 수험생은 오토바이의 번호판을 확인한후 헬맷을 쓰고 뒷좌석에 앉았다. “어디로 가냐”는 질문에 “SGI서울보증 시험장으로 가요”라고 말을 남긴뒤 부릉 하고 떠났다. 대기중인 13대의 오토바이들은 순식간에 수험생들을 태우고 다음 시험장소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날은 한국은행을 비롯해 13개 금융공기관들이 동시에 시험을 치는 ‘A매치 데이‘. 대부분의 공기관들은 오전에 시험을 치렀으나 SGI서울보증과 한국증권금융은 오후에 시험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민간기업 가운데는 효성그룹이 같은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남중·대림중학교에서, 코오롱그룹이 서울 성수중고등학교에서, 삼양그룹이 경기도 일산 킨텍스 등에서 시험을 실시했다. 오후 1시30분에 시험을 끝낸 한국은행은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에게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전력을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 8개사와 국민연금공단 등 보건 의료분야 5개 공기관은 이달 27일 동시에 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오후에는 롯데그룹(L-TAB)의 필기시험이 있어 또 한번의 ‘퀵 이동전쟁’이 예상된다. (끝)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