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J CUP @ 나인브릿지 대회
마지막날 8언더파 몰아쳐, 4타차로 우들랜드 따돌려
16번홀 칩샷 버디로 '쐐기'…18번홀 이글퍼트 우승 축포
PGA 5승 중 3승이 메이저
큰 무대에 유독 강한 비결은 공에만 집중하는 '원시인 골프'
나흘 간 4만여명 몰린 CJ컵
경제 효과 2000억 '함박웃음'
[ 조희찬 기자 ]
2017~2018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올해의 선수’ 브룩스 켑카(미국)가 처음 참가한 PGA투어 ‘더 CJ컵@나인브릿지’(총상금 950만달러·이하 CJ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이 대회 우승을 앞세워 생애 첫 세계랭킹 1위로 등극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켑카는 21일 제주 서귀포 클럽나인브릿지(파72·719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8개, 보기 2개로 8언더파 64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한 그는 2위 개리 우들랜드(미국)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완승을 거뒀고 우승상금 171만달러(약 19억3000만원)를 챙겼다.
PGA투어 통산 5승째를 거둔 켑카는 1위에 있던 더스틴 존슨(미국)과 2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를 한 번에 앞질러 새로운 세계랭킹 1위로 등극했다. 또 최근 출전한 11개 대회에서 3승을 거두며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갔다. 켑카는 이 대회에서 준우승만 해도 세계랭킹 1위가 될 수 있었으나 최고의 마무리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대회에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홀 이글 퍼트를 넣은 뒤에야 하얀 치아를 처음 드러낸 켑카는 “세계랭킹 1위를 우승을 통해 차지할 수 있게 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며 “정말 열심히 한 보람이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큰 무대에서 강한 비결은 ‘원시인 골프’
이 대회를 앞두고 PGA투어 4승 중 3승을 메이저대회에서 거둔 켑카는 ‘메이저 사냥꾼’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보디빌더 같은 팔뚝으로 350야드를 넘나들게 날리는 장타도 장점이나 그를 가장 빛나게 하는 건 강한 정신력이다. 큰 무대에서 유독 강한 비결로 켑카는 스스로 ‘원시인’처럼 골프를 쳐 가능하다고 말한다. 공을 치고, 그 공을 찾고, 또다시 치는 것만 집중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공에만 집중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을 틈이 없다. 다른 선수들이 골프클럽을 바닥에 내려찍을 상황에서도 켑카는 무표정으로 일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켑카는 지난 1라운드에선 강한 바람과 시차 적응 때문인지 애를 먹는 모습이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1, 2라운드를 그와 함께 경기한 임성재(20·CJ)는 “많은 위기가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고 어떻게든 파를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켑카는 바람이 잦아든 2라운드부턴 자신의 장타를 한껏 살렸고, 거의 모든 파5홀에서 투 온을 노리며 맹수의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9타를 줄이며 맹렬히 쫓아온 우들랜드의 추격에도 흔들리지 않은 그는 16번홀(파4) 칩샷 버디로 쐐기를 박았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이글 퍼트를 넣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반면 이번에도 CJ컵은 한국 선수들에게 높은 벽을 쳤다. 한국 선수 중에선 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시우(23·CJ)가 7언더파 281타 공동 23위를 기록한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역시 PGA투어의 강성훈(31·CJ)이 6언더파 282타 공동 29위, ‘슈퍼루키’ 임성재(20·CJ)가 4언더파 284타 공동 41위를 기록했다.
◆CJ, ‘키 플레이어’ 우승으로 흥행대박
대회를 연 CJ는 지난해 저스틴 토머스(미국)에 이어 2년 연속 주요 선수의 우승으로 상상 이상의 ‘글로벌’ 광고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CJ컵은 올해 대회를 대표하는 주력 선수로 ‘PGA투어 올해의 선수’ 켑카를 낙점하고 그를 초청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CJ컵은 2016~2017시즌 PGA투어 올해의 선수 토머스가 지난해 우승한 데 이어 지난 시즌 올해의 선수 켑카가 올해 우승하는 진기록을 이어갔다. 또 켑카와 토머스 모두 이 대회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토머스는 이번 대회 5언더파 283타로 공동 36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CJ컵에는 나흘간 3만5000여 명의 갤러리가 대회장을 찾았고, 전 세계 10억 가구에 중계방송돼 1668억원의 미디어 노출 효과를 창출했다. 올해는 대회장에 4만여 명의 갤러리가 찾았고 경제 효과도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CJ컵은 수년 내 대회장을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접근성이 좋은 경기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로 옮기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서귀포=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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