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 소재 PI필름 제조
코오롱인더스트리 잠재 가치↑
신세계·CJ·농심·오리온 등
음식료·유통주 저평가 매력
[ 오형주 기자 ]
증시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구가하던 지난해부터 올초까지의 기간은 가치주에 ‘암흑기’였다. 인터넷주, 바이오주 등 성장주가 높은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으며 상승률이 치솟는동안 가치주는 성장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이유로 홀대받았다. 하반기 들어 미국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되자 상황은 급반전했다. 보유자산 및 실적 대비 고평가돼온 성장주의 매력이 낮아지면서 가치주가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조민규 한국경제 TV 파트너는 “그동안 강세였던 성장주가 조정 과정에 들어가면서 소외받던 가치주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배터리사업 가치↑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 조정으로 가격 매력이 높아진 가치주를 저가 매수할 시점이 왔다”고 조언한다. 실적 우려와 지배구조 이슈 등으로 하락폭이 컸던 LG그룹주 쌍두마차 LG화학과 LG전자는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 대표적 종목으로 꼽힌다.
LG화학은 올 들어 화학업황과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주가가 20%가량 빠졌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거시경제 지표 우려 등으로 조정을 받았지만 전기차 배터리 부문 사업가치는 10조8000억원에서 13조8000억원으로 오히려 커졌다”며 “지표 둔화 우려만 완화되면 주가가 탄력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도 “3분기 석유화학 부문 이익이 급감해 영업이익이 5679억원에 그치겠지만 배터리 실적개선 모멘텀이 화학업황 부진을 압도하는 만큼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덧붙였다.
LG전자 역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최저점에 도달했다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가 계절적 비수기이지만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휴대폰 사업은 중저가 라인이 강화되면서 영업적자 폭을 크게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 비해선 이익이 다소 줄겠지만 주가도 동반 하락한 탓에 밸류에이션 부담이 없어졌다”며 “기업가치를 왜곡하던 VC(전장)사업부 계열분리 이슈가 해소된다면 주가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규 파트너는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를 기업가치 대비 주가 하락폭이 과도한 종목으로 꼽았다. 조 파트너는 “ADAS(첨단운전자 보조시스템) 등 자율주행차 관련 부품의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이 0.8배까지 떨어진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3분기엔 중국 시장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539억원에 그치겠지만 4분기엔 국내 완성차업계 무파업 및 신차 출시효과 등으로 786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스마트폰 화면을 접었다 펼 수 있는 접는(폴더블)폰의 핵심 소재인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 가치를 인정받았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초기 폴더블폰 투명 PI 필름 공급사로 일본 스미토모화학이 유력하다는 소식은 큰 악재가 아니다”며 “시장점검 차원에서 생산되는 초기 1만 대가 좋은 소비자 반응을 얻는다면 대량 생산설비를 갖춘 코오롱인더스트리에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리온 4분기 깜짝실적 기대
전문가들은 신세계와 CJ, 농심, 오리온 등 유통·식품주도 저평가 매력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명성욱 한국경제TV 파트너는 “미·중 무역분쟁과 금리 인상 등으로 증시 주변 환경이 우호적이지 못한 상황에선 실적 대비 낙폭이 심한 유통과 음식료 등 내수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세계는 백화점 부문이 호조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면세점 부문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점은 서울 강남과 인천공항 1터미널 등 신규 오픈에 따른 초기투자금 부담으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4% 감소한 45억원에 그칠 것”이라면서도 “경쟁 심화와 중국 소비 둔화 등 악재가 모두 주가에 반영돼 있어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돌아오면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지욱 한국경제TV 파트너는 “시가총액이 보유 자회사 지분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CJ를 추천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CJ제일제당이 조만간 미국 식품업체 인수합병(M&A)을 마무리하면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이라며 “CJ ENM은 보유하고 있는 CJ헬로비전과 스튜디오드래곤 지분매각을 검토 중이어서 성장 잠재력이 부각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오리온은 올해 다소 부진했지만 내년부터 높은 본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실적개선을 이뤄낼 종목으로 꼽혔다. 백운목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7.7% 줄겠지만 4분기에는 177% 증가해 반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시장이 착실히 회복되고 있어 4분기 이후 좋은 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미진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성수기 효과와 내년 베트남·러시아 제과시장 성장 기대 등을 고려하면 지금이 저가 매수 타이밍”이라고 조언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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