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급성장한 '구독경제'…방심하는 순간 고객 떠난다

입력 2018-10-18 18:43
플랫폼의 미래, 서브스크립션

앤 잰저 지음 / 이미숙 옮김
예문 / 248쪽│1만6000원


[ 김희경 기자 ] 물건이나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받아 보는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구독) 경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매달 정해진 요금을 내고 꽃, 술, 책 등을 받는 식이다. 최근엔 자신의 취미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커피 핸드드립, 뜨개질, 공예 재료 등을 설명서와 함께 넣어 배달해 주는 서비스도 생겼다. 세계 최대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서브스크립션 시장은 최근 5년간 매년 100% 이상 성장했다.

《플랫폼의 미래, 서브스크립션》은 ‘구매’에서 ‘구독’으로 바뀌는 세계 소비시장의 큰 흐름을 살펴보고 기업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미국 출신 마케팅컨설턴트 앤 잰저다. 그는 “서브스크립션으로 향하는 이 변화의 핵심은 단순한 수익의 문제가 아니다”며 “인간 행동에 대한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서브스크립션은 결정을 내리는 고통을 줄여준다. 소유와 관리의 부담도 덜어준다. 자동적으로 정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한다. 무엇이 올지 몰라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설렘도 안겨준다. ‘지금 구매하기’ 버튼보다 ‘구독’ ‘가입’ 버튼을 클릭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이탈’에 강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서비스 구독을 시작하지만 구독을 취소하는 이유도 이에 못지않게 많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내는 게 부담스러워서 구독 중단을 결심하기도 한다. 친구가 더 좋은 유사 서비스를 알려주면 별다른 고민 없이 바꾸기도 한다.

전체 고객 중 충성고객 비율도 높지 않다. 서브스크립션 세계에선 대부분 ‘90/10’ 규칙이 통용된다. 90일 이내에 솔루션을 사용하지 않은 고객이 충성고객이 될 확률은 10%에 불과하다. 잘 사용하지 않으면 서브스크립션을 해야 할 이유가 뇌리에서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탈을 막기 위해선 고객의 욕구를 이해하고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며 “판매가 이뤄진 뒤에도 방심할 것이 아니라 고객이 그 가치를 계속 경험할 수 있도록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장치로 고객의 습관 자체를 바꾸는 시도도 해야 한다. 저자는 미국 스탠퍼드대 설득기술연구소 소장 B J 포그가 제시한 ‘포그 방법’을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이에 따르면 ‘우호적인 경쟁’으로 행동의 동기를 새롭게 마련할 수 있다. 건강 관련 앱(응용프로그램)이 사용자에게 본인의 데이터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라고 제안, 각자의 경쟁심리를 자극하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게임화’도 이런 심리를 자극하는 데 효과적이다. 전통적인 게임이 가진 요소를 활용하고 특정 목표를 달성하면 배지 등 아이템을 제공하면 재미가 커진다.

과거 마케팅 기법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서브스크립션의 세계에선 과거와 같은 마케팅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얼마든지 새로운 규칙을 수립해도 좋다”고 말한다.

또 “예산은 많을수록 좋지만 필수 조건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코카콜라와 프록터앤드갬블(P&G) 같은 마케팅에 강한 대기업도 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한 중소기업들의 중대한 도전을 받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변화하는 사업 모델은 경쟁의 장을 공평하게 깔아준다”며 “고객의 가치관에 더 가깝게, 더 깊이 다가가고 조화를 이루는 기업이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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