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 소재株, 하락장에도 굳세어라

입력 2018-10-18 18:15
● 반도체 공정 특수가스
● 2차전지 양극재
● LNG 보랭재

반도체 대장주는 하락세인데
세정용 특수가스 생산하는
SK머티리얼즈 5년째 주가상승

2차전지 양극재 세계 2위 업체
에코프로는 영업익 413% 급증

'LNG 보랭재' 한국카본도 관심
현대重서 2283억 규모 수주


[ 임근호 기자 ] 반도체와 2차전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을 제조할 때 꼭 필요한 소재 등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외 악재에 국내 증시가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주가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2차전지와 LNG선만큼 업황 전망이 밝지 않은 반도체 분야에서도 공정에 필요한 특수가스 생산기업 등은 미세공정 확대로 실적이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반도체 경기 우려에도 소재주는 강세

국내 2위 반도체 제조업체 SK하이닉스는 올 들어 10.2% 하락했다. 그러나 이 회사에 반도체용 특수가스를 공급하는 SK머티리얼즈는 같은 기간 5.6% 올랐다. 2014년(71.1%) 2015년(127.3%) 2016년(54.1%) 2017년(0.3%) 등 5년 연속 연간 상승률이 플러스다. SK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삼불화질소(NF3)가 반도체 공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소재이기 때문이다. NF3는 반도체 공정 중 각종 불순물을 제거하는 세정 작업에 쓰이는 특수가스다. 권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세공정과 3차원 낸드 단수 증가로 세정 횟수가 늘어나 관련 가스 사용량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있지만 반도체 소재주 실적은 이와 무관하게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 17일 3분기 영업이익이 5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1860억원으로 41.4% 늘었다. 증권사들은 ‘어닝 서프라이즈’라며 앞다퉈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목표주가를 22만원에서 24만원으로 올린 NH투자증권의 서준현 연구원은 “특수가스의 안정적인 실적과 SK에어가스, SK트리켐, SK쇼와덴코 등 자회사의 고성장으로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반도체 세정가스인 과산화수소(H2O2)를 생산하는 한솔케미칼은 올 들어 11.7% 올랐다. 지난해 13% 떨어졌지만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 연속 주가가 오른 기록을 갖고 있다. 한솔케미칼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에 대한 특수가스 공급이 늘면서 이번 3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300억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에코프로, 국내 유일한 NCA 생산업체

2차전지 분야에서 대체불가능한 소재를 생산하는 업체로는 에코프로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2차전지용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혼합) 양극재를 제조한다. 세계 시장에서도 지난해 점유율 17.1%로 일본 스미토모(59.7%)에 이어 2위 사업자다. 조민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NCA는 NCM(니켈·코발트·망간)과 달리 생산업체가 적은 과점화된 시장”이라며 “2차전지 시장이 커질 때 존재감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벌써 에코프로의 폭발적인 이익 증가세가 시작됐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17일 발표한 영업이익이 1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3% 늘어나 예상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매출은 1784억원으로 119% 증가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NCA 소재에 대한 전기차 업체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 내 과점 지위를 누리고 있는 에코프로가 2차전지 소재 업체 중 가장 높은 이익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2차전지 필수 소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켐텍과 일진머티리얼즈도 올해 각각 76%와 24% 오르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포스코켐텍은 국내 유일한 2차전지 음극재 제조사다. 일진머티리얼즈는 고품질 일렉포일로 삼성SDI, LG화학, BYD 등으로 매출처를 넓히고 있다.

LNG 수주 급증에 보랭재 수요력 급증

LNG 보랭재를 생산하는 한국카본과 동성화인텍도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세계에서 발주된 38척의 LNG선을 모두 한국 조선소가 수주해 LNG 보랭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LNG 보랭재는 LNG의 기화를 막기 위한 초저온 단열재로, 모든 LNG선은 보랭재로 특별히 제작한 화물창을 탑재해야 한다.

올 3분기 영업이익 9억원으로 흑자전환이 예상되는 한국카본은 내년에는 연간 영업이익이 124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현대중공업과 2283억원 규모의 LNG 보랭재 공급계약을 맺는 등 벌써 LNG선 수주 호황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급계약은 지난해 한국카본 전체 매출(2391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동성화인텍도 올해는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엔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카본은 현대중공업(올해 16척 수주)과 삼성중공업(10척), 동성화인텍은 대우조선해양(12척)에 주로 LNG 보랭재를 공급하는데, 세 조선사 모두 골고루 LNG선을 수주했기 때문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조선소가 올 연말까지 LNG선을 15척 더 수주하고, 내년에도 45~50척을 수주할 전망”이라며 “LNG 보랭재 부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수주 열기가 뜨거워 관련 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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