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감법 시행으로 감사위원회 전문성 '강화'…보수도 개선돼야"

입력 2018-10-17 17:32
수정 2018-10-17 17:33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시행으로 감사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강화될 전망이다. 감사위원회에서 활발한 활동이 모범규준으로 마련된 만큼 이에 따른 위원들의 보수도 높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감사위원회 모범규준 매뉴얼·체크리스트' 설명회에서 이같은 제안이 나왔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감사위원들의 책임이 제고되면서 이들에게 요구되는 전문성도 높아졌다"며 "책임과 권한이 더 높아지는 만큼 적절한 보수와 사회적 우대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번 설명회는 11월 외감법 시행을 앞두고 감사위원의 적극적 직무 수행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외감법 시행에 따른 모범규준 및 체크리스트는 지난 5월 마련됐다.

외감법이 시행되면 외부감사 의무대상이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까지 확대되며, 외감 대상 기준에 매출액이 추가된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하는 내용의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 시행된다는 게 특징이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감사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의 중요성이 확대된다. 감사위원회를 최소 3인 이상 이사로 구성하되 전원 사외이사로 권고하며, 2인 이상의 회계 또는 재무전문가가 포함되도록 돼 있다는 점에서다.

정 연구위원은 "감사위원 전원이 비상근일 경우엔 내부에 책임자를 임원급으로 둬야 한다"며 "회사 규모나 여력이 되면 감사위원회를 4인으로 구성해 법률이나 산업전문가도 포함하면 제대로 된 감사위원회로 기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감사위원회가 활발하게 대화를 전개할 것을 추천했다. ▲감사위원회는 분기별 최소 1회 정기회의 개최 ▲감사위원회가 외부감사인과 분기 1회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이 모범규준에 들어갔다.

그는 "감사활동의 질을 높이기 위해 현장방문 비공식 회의 등을 수행해 열심히 했다는 것을 드러내야 한다"며 "감사위가 잘 활동하고 있는 지 자체평가하는 게 옳으며, 이는 매뉴얼에 평가항목 예시로 들어놨다"고 설명했다.

특히 감사위원들의 활발한 감사위원회 활동이 요구된다. 글로벌 KPMG ACI조사(2015년 기준)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은 감사위원회 관련 활동에 연간 100시간 이상 투입하는 경우가 각각 55%, 72%에 달했다.

정 연구위원은 "글로벌로 100시간 이상 투입하는 경우는 57%인데 이는 1년에 12일 정도 감사업무를 한다는 뜻"이라며 "감사위원회가 이사회 앞에 잠시 열린다던지 등 관행은 지양돼야 하며, 의지와 시간이 되는 사람이 감사위원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위원들의 책임과 전문성 높아지는 만큼 처우도 개선돼야"

국내에서 감사위원회를 잘 운영하는 회사로는 KB금융지주가 모범사례로 꼽혔다. KB금융지주는 내부감사부서를 감사위원회 직속으로 3년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한종수 KB금융지주 감사위원장은 "감사위원회 요청에 따라 2013년 6명이었지만 올해 15명으로 확대했고, IT나 공인회계사 전문인력을 보충했다"며 "내부감사부서장도 전무로 돼 있고, 전체 지주의 감사인력 비중이 0.7%를 차지해 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의 감사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총 4명으로 꾸려져있다. 재무회계 및 회계감사 전문가 한종수 위원장을 필두로 재무 및 금융전문가 선우석호·소비자보호 및 법률전문가 정구환·금융정책 및 리스크관리 전문가 박재하 위원이 활동 중이다.

한 위원장은 "감사위원회도 이사회 전에 여는 것이 아니라 따로 3시간 열리고, 사전설명으로 2시간이 이뤄지는 등 총 8시간이 소요된다"며 "외부감사인과 비공개회의를 하고 있지만 일정으로 정해져있지 않아 부족하다고 생각, 내년부터 외부감사인과 비공개 회의와 내부감사부서 임직원 미팅 등을 정례화하는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감사위원회 역할과 책임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보수체계도 합리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 위원장은 "감사위원들이 연간 100시간 넘게 감사활동을 벌였는데 사외이사와 동일한 보수를 받는 것이 맞는 지 의문이 든다"며 "적정 보수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며 (합리적 보수가 책정돼야) 감사위원들에게 책임도 묻고 의무도 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규 연구위원도 "미국회사에서 보통 감사위원들은 일반 사외이사보다 보수를 20~30% 더 받고 있고, 많은 경우 50% 정도를 더 수령하기도 한다"며 "적절한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 중요하며, 감사위원들이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대규모 상장 기업의 감사위원회 활동을 외부전문기관에 정기적으로 평가하도록 권고한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종수 위원장은 "금융지주는 이미 금융감독원에서 감사위원회 평가를 받는 만큼 외부평가를 추가로 꼭 받아야 하는 지 의문"이라며 "외부기관에서 본다면 위원회 의사록과 같은 형식적인 것만 보고 따져볼 수 밖에 없어 효용이 있을 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앞으로 감사위원의 전문성 확보가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지난해 기준 국내 대기업 상장사의 감사위원회가 존재하지 않는 회사는 아직 24%에 달한다.

김준철 안진회계법인 부대표는 "상대적으로 감사위원회 역할이 미흡했다는 것이 사회적인 인식인 만큼 위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교육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아질 것"이라며 "코카콜라의 경우 감사위원회 위원들이 회계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여주는 SKILLS 매트릭스를 공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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