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과 영상 아트의 변주…몸짓으로 수놓는 스토리텔링

입력 2018-10-17 17:16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기대작 '픽셀', 20~21일 무대에


[ 김희경 기자 ]
디지털 영상과 함께 점, 선, 면 등 다양한 이미지가 피어오른다. 이 움직임에 따라 무용수들은 각자의 육체성과 에너지를 발산한다. 무용수들의 손과 발이 머무는 자리에 점, 선, 면이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한다. 반복되는 상호작용 속에서 이미지와 몸짓은 하나가 된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의 최고 기대작 ‘픽셀’이란 작품이다. 오는 20~2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이 공연은 인터랙티브 비디오와 현대무용을 결합한 독특한 시도여서 개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은 프랑스 국립 크레테유카피그 무용단이 선보인다. 무라드 메르주키 예술감독은 16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디지털 영상으로 독특한 시각 효과를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상성 안에서 자신만의 스토리가 나온다”며 “무용수가 하나의 특정한 이야기만 전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몸짓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6년 창단한 크레테유카피그 무용단은 서커스, 미술, 비디오 등 다양한 요소를 무용에 결합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2년 서울 LG아트센터 공연 이후 6년 만의 내한이다. “한국 관객들은 호기심이 매우 많고 놀라움을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요.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아시아에서 규모가 큰 축제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심도 있는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이 무용단은 ‘픽셀’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꾸준히 디지털 영상을 접목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메르주키 감독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각적 효과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끊임없이 이미지, 영상, 디지털 미디어에 노출돼 있다”며 “테크놀로지의 물결을 거부하거나 밀어내기보다 이것으로 뭔가를 만들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영상을 활용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엄청난 양의 픽셀(畵素·화소) 가운데서 우리가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조합을 찾아야 했습니다. 어떤 영상은 무용수의 움직임보다 훨씬 빠른 움직임이 필요한 것 같아 서커스 아티스트 3명을 합류시키기도 했죠.”

영상과 움직임의 균형도 강조했다. “지나친 영상은 춤을 관객들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릴 수 있죠. 그래서 춤을 단조롭게 하는 게 아니라 그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영상만을 선택했습니다. 창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도 이 균형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무대에서 이를 구현해 내겠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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