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설사·혈변 잦다면 염증성 장질환 의심…방치하면 대장癌 위험"

입력 2018-10-17 16:44
수정 2018-10-17 16:44
건강한 인생

명의 인터뷰
이창균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궤양성 대장염, 대변 절박증 유발
패스트푸드·탄산음료 등 섭취 늘어
최근 2030 크론병 환자 급증

대부분 약물 치료…예후 좋아
합병증 환자는 장 잘라내기도


[ 이지현 기자 ]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등의 섭취가 늘면서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20대 전후 비교적 젊은 나이에 복통 설사 혈변 등의 증상이 4주 넘게 이어지면 전문의를 찾아 진료받고 대장내시경 검사 등을 해야 합니다.”

이창균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사진)는 “염증성 장질환자는 대변을 참지 못해 급히 화장실을 찾는 대변 절박증 증상을 호소한다”며 “환자를 위해 화장실 사용을 양보하는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경희대병원은 최근 염증성 장질환자가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적절히 치료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와 함께하는 진료시스템을 구축했다. 환자들이 새로운 약을 빨리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임상시험 참여 기회도 늘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경희대병원이 속한 경희의료원을 궤양성 대장염 분야 우수 임상시험 기관으로 선정했다. 세계에서 4개 의료기관이 선정됐는데 아시아지역 기관은 경희의료원뿐이다. 이 교수는 “임상시험 참여는 시판 중인 약이 듣지 않는 환자들에게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새 창구”라며 “환자 치료 기획을 더욱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에게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법, 증상 등에 대해 알아봤다.

▶염증성 장질환은 어떤 질환인가.

“설사 증상이 지속되면 많은 사람이 장염을 떠올린다. 감염성 장염 환자는 발열과 복통 증상을 함께 호소한다. 대부분 자연적으로 호전된다. 심한 환자라도 항생제 치료를 하면 비교적 빨리 치료된다. 반면 염증성 장질환이 있으면 만성 복통, 설사, 혈변 등을 호소한다. 장 속에 만성염증이 생기는 난치성 질환이다. 변을 참지 못해 급히 화장실을 찾는 대변 절박증 증상도 호소한다. 대표적 염증성 장질환은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다. 궤양성 대장염이 있으면 점액이 섞인 혈변이나 설사를 수차례 한다. 대변 절박감, 잔변감, 복통 증상도 흔하다. 대장암이 생길 위험이 높다. 자가면역 질환인 크론병은 초기에 복통, 설사, 전신 나른함, 하혈, 발열, 체중 감소, 항문 통증 등을 호소한다. 증상이 진행되면 빈혈이 심해지고 영양실조가 생길 위험도 있다. 장염과 증상이 비슷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많다.”

▶환자들은 어떤 특징이 있나,

“주로 20~30대 젊은 환자가 많다. 연령 곡선을 보면 10대 후반부터 20대까지 환자가 늘다가 점차 낮아지고 50~60대에 살짝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양한 원인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다. 유전적 소인, 외부환경인자, 장내 미생물 등에 대한 면역 반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했더니 2010년 인구 10만 명당 25.8명이었던 크론병 환자는 2014년 36.7명으로 늘었다. 궤양성 대장염은 같은 기간 인구 10만 명당 59.3명에서 69.3명으로 증가했다. 궤양성 대장염은 모든 연령대 환자가 늘어난 데 반해 크론병은 젊은 환자가 많이 늘었다. 서구화된 식습관 영향으로 아시아 전반적으로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어떻게 치료하나,

“기본적으로는 약으로 치료한다. 정맥·피하 주사제 등 주사약도 다양하고 먹는 약도 있다. 약이 많지 않던 과거에는 치료를 못한다는 인식이 컸지만 좋은 약이 많이 개발됐고 질병의 병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치료 반응이 좋은 환자도 많다. 다만 고가의 생물학적 제제를 쓰는 환자가 늘면서 진료비 부담이 급격히 늘고 있다. 국내 환자 치료에 쓰는 의료비는 2010년 270억원에서 2014년 584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수술 치료는 대개 합병증이 생긴 환자에게만 시행한다. 장을 잘라내는 것인데 환자 부담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증상이 사라졌다고 해도 일정 시간 약을 복용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증상이 없어도 장 속에 염증이 남아 재발하거나 대장암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식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과거에는 걸리면 큰일 나는 병으로 인식했지만 지금은 만성질환이 됐다. 당뇨,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잘 치료하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질환을 이겨내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고 꿈을 이룰 수 있는 질환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환자가 젊다 보니 학교나 직장 생활에 어려움을 많이 호소한다. 부모는 자신 때문에 생긴 것 아닌가라는 자책감에 빠진다. 환자 삶의 질이 떨어져 우울증이 생기고 직장이나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치료를 거부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심리 치료에도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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