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현장에 미치는 영향
외부기관에 맡겨 체계적 파악
업종별 차등화는 사실상 반대
모든 유급휴일 기준시간에 포함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은 강행
[ 백승현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이 “최저임금 인상률은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인지를 보고 정해야 한다”고 15일 말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폭(16.4%)은 우리 경제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을 에둘러 표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이 가파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1990년대 초반과 2000년대 초반에 최저임금을 10% 이상 올렸듯이 경제가 좋아지는 상황에서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아도 된다”면서도 “올해 최저임금을 결정한 지난해엔 경제 상황이 좋았지만 경제가 ‘다운턴(하락세 전환)’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발생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할 때 일반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일본이 최저임금을 최근 3년 연속 3%대 올린 것과 관련해 “우리와 비교하면 낮은 것 같지만 일반 근로자의 임금 인상률과 비교하면 굉장히 높은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취임 후 ‘1호 지시사항’이었던 최저임금 현장 실태조사는 시행에 앞서 외부기관에 용역을 맡기기로 했다. 그는 “소상공인들과의 간담회와 별개로 외부기관에 집단심층면접 방식의 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라며 “최저임금이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영향을 주는지,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보완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지역·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해서는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국회에 제출된 법안들의 장단점을 분석해 심의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임무”라며 “하지만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지적했듯이 최저임금을 업종이나 지역별로 차등할 경우 이를 심의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통계가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경영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은 강행 의지를 밝혔다. 고용부는 지난 8월 월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산정 기준 시간에 토·일요일 등 모든 유급휴일을 포함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월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위반 판단 시 유급휴일을 제외한 소정근로시간(월 174시간)에 대한 임금만을 대상으로 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 장관은 “대법원 판단은 (시행령을) 문구대로 해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시행령을 물리적으로 해석한 대법 판례대로라면 월급제 근로자와 시급제 근로자 간 불형평이 발생하는 등 산업 현장에 굉장히 많은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용부 정책의 핵심이 고용인지, 노동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이 장관은 “고용과 노동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모두 달성해야 하는 과제”라며 “어느 하나의 경중은 없고 똑같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김영주 전임 장관은 고용부의 업무 비중을 놓고 “노동이 70, 고용이 30”이라고 했다.
김 전 장관이 적폐청산을 하겠다며 조직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에 대해선 권고 사항을 일부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장관은 “전임 장관이 (개혁위 권고를) 잘 이행하겠다고 말씀했고 나는 거기에 구속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그중에 일부 과제는 사실관계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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