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 포커스
중국 서버 제조업체는
슈퍼마이크로 칩으로
애플·아마존 해킹 의혹
[ 추가영 기자 ] 서방과 러시아·중국 간 갈등이 사이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올초 영국에서 발생한 이중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으로 미국·유럽과 갈등을 빚어온 러시아가 이번엔 해킹 의혹으로 충돌했다. 중국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도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美·EU, 러시아 해킹 적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지난 4일 러시아의 사이버 해킹 활동을 일제히 비판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올 4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러시아군 정보기관인 정찰총국(GRU) 요원 4명의 명단을 공개한 뒤 추방했다.
네덜란드 국방부에 따르면 이들은 러시아 국익과 관련한 사안들에 대해 해킹을 시도했다. 이들이 사이버 공격을 벌일 당시 OPCW는 영국에 망명한 러시아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독살 시도 사건과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 등 러시아의 국가적 이해가 첨예하게 얽힌 사안을 조사하고 있었다.
미국은 이들 4명을 포함해 미국 원전업체인 웨스팅하우스와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반도핑기구(WADA) 등 국제기구들에 대해 해킹을 시도한 혐의로 러시아 정보요원 7명을 기소했다. 러시아 당국이 이번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미국 정부의 주장이다. 개빈 윌리엄스 영국 국방장관은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을 “상대하지 못할 국가의 무분별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러시아에 “무모한 행동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서방 국가들 비판에 러시아가 즉각 반발하면서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서방의 공세에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꾸며낸 사악한 음모의 혼합체”라고 정면 반박했다. 앞서 서방 국가들은 지난 3월 영국에서 발생한 이중 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 배후로 러시아 정부가 지목되자 자국에 주재하는 러시아 외교관을 대거 추방했다. 러시아도 이에 맞서 맞추방하는 등 외교 갈등을 빚었다.
美·中 사이버전으로 번질까
미국과 중국 관계에서도 해킹 문제가 전면으로 떠올랐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업계 내부 소식통과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애플과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중국 정부의 감시용으로 추정되는 마이크로 칩이 발견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중국 서버 제조업체가 슈퍼마이크로라는 칩을 해당 서버에 부착해 미국 기업들로부터 지식재산권(IP)과 거래 기밀을 수집하는 데 사용했다는 것이다. 해킹 배후로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목됐다. 애플과 아마존은 해당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이 같은 의혹 제기로 중국의 해킹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미국 국토안보부는 중국의 해킹 가능성에 대한 경보를 발령했다. 중국 정부와 연계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클라우드호퍼 혹은 APT10 등 해킹 조직이 미국을 목표로 한 사이버 스파이 행위와 IP 절도 범죄에 연루돼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클라우드호퍼가 고객사의 정보기술(IT) 자원을 운영·관리해 주는 업체들을 공격한 뒤 에너지·보건·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고객사 시스템에 접근해 정보를 훔치려 했다고 공개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중국이 해킹 등을 통해 미국의 IP를 탈취하려 한다는 비판에 가세했다. 펜스 부통령은 “우리는 베이징이 미국의 IP에 대한 도둑질을 끝낼 때까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사이버 공격 의혹이 커지자 각국도 긴밀하게 대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사이버 공격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사이버 전략’을 승인했다. 미국이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 맞공격에 나설 수 있도록 한 ‘공격적인 전략’이다. 영국은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의 국가적 차원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사이버전쟁 기구 창설을 준비하고 있다.
● NIE 포인트
미국 유럽 등 서방과 중국 러시아가 사이버 세계에서도 갈등을 빚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중국과 러시아의 잇단 해킹 시도에 따른 국제사회의 우려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사이버 해킹으로 인한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토론해보자.
추가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