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유치원 원장이 학부모들을 피해 구급차를 타고 달아났다.
지난 14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7억 원에 가까운 교비를 명품 가방, 성인용품 구입 등으로 부정사용한 환희유치원 원장의 해명을 들으려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공개됐다. 이날 학부모 200여 명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환희유치원 측에 직접 원비 지출입 내역과 수업교재와 교구 등 구매 내역, 파면으로 공석이 된 원장 채용과정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학부모들이 몰려오자 환희유치원 원장은 회의장 앞에서 쓰러졌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119 구급차를 타고 실려 나갔다. 결국 환희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냈던 학부모들은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한 학부모는 인터뷰를 통해 "(원장이) 계속 피하기만 하고, 확인을 안해준다"며 "오늘도 다 시간 내서 왔는데, 실신했다고 한다. 지금 무슨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라면서 기막힌 심정을 전했다.
환희유치원의 비리는 지난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13~2017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감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시도교육청은 사립유치원 중 일부인 1878개를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고, 이 중 5951건의 비리를 적발했다.
환희유치원의 경우 13건이 확인됐다. 교비 부정사용 내역 중엔 루이비통 명품가방 등 백화점 쇼핑과 노래방·미용실 등에서 사용한 금액이 약 5000만원(1032건)이 있었고, 원장 아파트 관리비, 벤츠 등 차량 유지비, 숙박업소, 술집 등과 심지어 성인용품점에서 사용한 내역도 확인돼 충격을 안겼다.
뿐만 아니라 환희유치원 원장은 1000만원이 넘는 월급을 한 달에 두 번씩 받고 각종 수당을 챙기는 등 2년 동안 약 4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장이 부정 수령한 교비는 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당국은 지난 1월 유치원 원장을 파면하고 2년간 부정사용한 금액을 모두 환수하라는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환희유치원 학부모들은 원장이 1월 파면됐음에도 교육부에서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실제로 교육부 유치원 알리미엔 파면된 원장의 이름이 그대로 남아있고 평가결과서엔 해당 원장의 교육철학이 명확하다는 등의 칭찬이 적혀있다.
한편 환희유치원을 비롯 비리 사립 유치원을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교육부는 "이르면 이번 주 각 지역 교육청과 협의해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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