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부 보고서 제출
사드보복·日희토류 수출제한…
中을 '경제전쟁' 주적으로 규정
[ 주용석 기자 ] 미국이 지난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을 미 국익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한 보고서를 내놨다. 미국이 중국의 ‘동맹국 때리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4일 백악관에 따르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중국의 사드 보복 등을 미 국익에 대한 위협으로 분석한 ‘미국의 제조업, 방위산업기지, 공급망 복원에 대한 평가와 강화’ 보고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국방부 등 관계부처가 함께 작성한 이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 군사전략의 핵심 요소인 사드 배치를 발표한 뒤 중국은 한국을 겨냥해 공격적인 ‘경제전쟁 작전’을 강행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에 대해 경제적 강압을 일삼았다고 적었다.
대표적인 중국의 동맹국 때리기 사례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때의 필리핀산 바나나 수입 중단,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때의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제한 등을 꼽았다. 대만에 대한 끊임없는 경제적 위협과 스리랑카를 빚더미로 내몬 뒤 99년간 항만 운영권을 확보한 행위 등도 거론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무역을 무기로 한 ‘소프트파워(비군사적 힘)’를 통해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를 압박하면서 미국의 국익도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와 같은 프로젝트로 유라시아 지역에 대한 정치적 지배력을 높여 이들 시장에 대한 미국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고도 했다.
보고서 전반을 통해 미국은 중국을 주적으로 규정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제조업과 방위산업 기반을 위협하는 5대 요인으로 △정부지출 삭감과 불확실성 △미국 제조업 역량과 설비 감소 △미 정부 사업과 조달 감소 △이공계 교육 및 무역기술 약화 등 내부 요인 외에 외부 요인으로 경쟁국의 산업정책을 꼽았다. 그러면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현대화, 중국의 경제 침략, 중국의 소프트파워 행사, 중국의 연구개발(R&D) 확대,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우려했다.
이 같은 분석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것과 흐름을 같이한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 4일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강연에서 중국의 인권유린, 기술탈취, 군사 팽창 등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며 “미국은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중국과 신냉전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지고 미·중 무역전쟁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글러스 딜런 하버드대 정책대학원 교수도 이날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펜스 부통령의 중국 비판 연설은 사실상 중국과 신냉전을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