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은 창업자들이 4-5년간 맘껏 경쟁할 수 있게 해야"

입력 2018-10-14 18:01
수정 2018-10-14 22:15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0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민관 공동으로 4차산업혁명 관련 정책들을 심의·조정하는 기구다. 위원장에는 게임 개발업체 블루홀의 장병규 이사회 의장을 앉혔다.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장 위원장만큼 혁신성장을 꿰뚫고 있는 현장 전문가도 없다. 그는 직접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일으켜 성공시켰고, 창업 멘토와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후배 창업가들을 돕고 있다.

장 위원장은 1997년 KAIST 전산학과 박사과정을 밟다가 게임 개발사인 네오위즈를 공동 창업했다. 세계 최초로 인터넷 자동접속 프로그램 ‘원클릭’과 인터넷상의 가상 캐릭터인 아바타를 상용 모델로 내놓아 주목받았다.

이어 2005년 네오위즈에서 나와 ‘한국판 구글’로 불린 검색엔진 ‘첫눈’을 개발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 포털 구글도 눈독 들였던 이 서비스를 네이버(당시 NHN)가 사들였다. 2007년에는 또다른 게임사 블루홀과 벤처캐피털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를 설립했다.

블루홀은 인기 게임 ‘테라’, ‘배틀그라운드’ 등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게임업체로 급성장했다.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가 투자한 스타트업은 130개가 넘는다.

지난 1년 간 4차혁명위를 이끌어온 장 위원장은 혁신성장 동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고집하는 친(親)노동정책, 기득권 진영과 관료사회의 더딘 변화가 혁신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했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4차산업혁명위원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혁신성장 요체는 무엇입니까.

“혁신성장을 일반론으로 보자면 한국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얘기를 해야 합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키워드 안에서는 토지, 노동, 자본이 중요한 제조업을 언급할 수 있습니다.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앞선 국가나 기업을 빠르게 추격하는 방식 말이죠. 당시 정부 주도의 계획경제 정책으로 가능했습니다. 경제계는 정부와 함께 성장했죠. 중국 경제도 같은 방식으로 컸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국내총생산(GDP)이 급증했지만 어느 지점에 다다르면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경제는 이제 정부 주도로 성장하는 시대가 저물었습니다. 새로운 경제가 필요합니다. 혁신성장이 등장한 배경입니다. 이것도 정부가 챙겼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스타트업 창업을 독려했습니다. 고속 인터넷망 등 네트워크 인프라도 깔았죠. 한국은 정보화, 디지털화에서 세계 상위권이 됐습니다. 정부는 토지, 노동, 자본 요소가 중요한 제조업처럼 혁신성장도 계획하면 된다고 봤습니다. 지금도 벤처기업이나 네이버와 카카오를 대하는 방식, 온라인 게임을 보는 태도 등을 보면 여전히 정부 주도적입니다. 그러나 혁신성장을 하려면 토지, 노동, 자본이 아닌 다른 요소가 필요합니다. 혁신인재가 대표적입니다. 노동자는 대체할 수 있지만 혁신인재는 대체 불가능하죠.”

▷그런 인재는 어떻게 나옵니까.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방탄소년단 멤버는 바로 바뀔 수 있을까요?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를 쉽게 교체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르죠. 수 많은 시간이 걸려 방탄소년단의 멤버가 됐습니다. 방탄소년단이 나오기 전에 연예 기획사들이 ‘아이돌산업’을 키웠습니다. 이런 곳에서 치열하게 개별적으로 경쟁하면서 방탄소년단이 배출됐습니다. 경쟁에서 밀리면 도태되는 시스템입니다. 인프라가 조성된 다음 그 안에서 인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방탄소년단이 탄생한거죠.”

▷창업도 그렇지 않습니까.

“혁신이라고 하는 것은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화는 괴롭습니다. 때론 고통스럽기까지 합니다. 방탄소년단의 성장기도 순조롭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만족했다면 오늘의 방탄소년단은 없었겠죠. 제가 스타트업을 했을 때도 매일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주당 100시간 이상 일 했고 심리적으로,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죠. 방탄소년단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혁신하려면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합니다. 본인 의지로 고통을 받아들이고 도전하는 것을 누구도 막으면 안됩니다.”

▷정부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정부는 인재가 활동할 수 있는 환경만 제공해야 합니다. 적어도 4~5년은 마음껏 경쟁할 수 있는 마중물을 제공해야죠. 지금은 인재들이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미흡합니다. 현장에서 보면 일부분은 잘 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합니다. 방탄소년단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아이돌 생태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승차공유 문제를 봅시다. 공정한 경쟁환경이라고 보기 어려워요. 택시 등 관련 수송시장이 20~30년 전에는 공정했을 겁니다. 당시 소비자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견제장치들이 이제는 업계를 보호하는 수단이 돼버렸습니다. 기득권을 보호하는 불공정한 판으로 변한 거죠.”

▷정부는 왜 제 역할을 못할까요.

“승차공유 논란을 보면 아무도 감당하지 않으려고 하는 겁니다. 관료들은 잡음이 나오는 것을 싫어합니다. ‘택시업계의 표가 얼마나 많은데 쉽게 대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마저 나오는 실정입니다. 혁신기업들과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죠. 정치인과 관료들, 오피니언 리더들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청년 창업 인재들이 공정하고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겁니다. 규제 개혁은 그 일부입니다.”

▷당·정·청 손발도 맞아야 할텐요.

“청와대가 ‘해보자’ 신호를 주면 공무원들과 사전에 교감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권에서 추진을 하지 않으면 더 나쁠 수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추진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고 여당에서 논란만 생기면 국민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당·정·청이 ‘온도’를 맞춰가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혁신성장을 하려면 관련 입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

▷경제는 결국 심리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주 52시간 근로제 전면 도입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스타트업체 대부분은 자기들이 주 52시간 근로제 대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지금은 이것까지 따질 겨를이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웬만한 스타트업에도 적용이 됩니다. 전면 도입은 스타트업을 창업하지 말라는 신호로 읽힐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관련 발표를 하고 나서 물러서는 분위기가 아직 없습니다. 김동연 부총리께서 탄력근무제(일정 기간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방식) 가능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자고 했는데 아직 제대로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1년 정도는 해야 한다고 봅니다. 노동을 과보호하는 정책이 우선인지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정부에서 노동정책은 어떤 식으로든 다시 논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포괄임금제 폐지도 영향을 줍니까.

“규모가 큰 스타트업들은 정부의 노동정책을 잘 파악하고 있을 겁니다. 작은 업체들은 이런 이슈를 상상도 못할 겁니다. 아직 충격파가 그들에게 가지 않았기 때문이죠. 현행대로 간다면 충격파가 갑니다. 심리가 얼어붙게 됩니다. 얼어붙은 심리를 다시 되돌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포괄임금제(연장·야간·휴일 등 시간외 근로에 따른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 지급하는 임금제) 폐지도 마찬가지죠. 포괄임금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연봉제를 없애겠다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갑니다. 대부분 스타트업은 연봉제를 택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할지 곤란할 겁니다. 혁신은 ‘소수’가 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남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기득권이 받아주지 않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마저 도와주지 않으면 창업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겁니다.”

▷기득권 진영과 혁신기업 간 절충점은 없을까요.

“과거 쌍용자동차 사태, 용산참사 등을 봤을 때 한국 사회는 각종 갈등을 합의로 이끄는 지혜로운 방식을 많이 경험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정부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흔하게 활용하는 방법은 공청회입니다. 사회적 합의가 잘 되는 방식인지 의문이 갑니다. 이번 정부에서는 숙의민주주의 방식을 도입했죠. 이 방식도 기본적으로는 진영 간 대결입니다. 정치와 비슷합니다. 합의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믿음이 없습니다.”

▷4차산업혁명위는 ‘해커톤(끝장토론)’을 도입했습니다.

“1년 전 처음 도입했을 때 관료들은 제대로 안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에서 그동안 해본적이 없는 방식이죠. 이해관계자들을 모아두면 싸움만 할 것이라는 것이 공무원들의 주장이었습니다. 저는 대화를 적절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면 진도가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죠. 네 번의 해커톤을 했는데 이해관계자들이 대부분 참석했습니다. 상당수가 대화가 잘 될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대개 1박2일 동안 20명이 모여서 12~14시간 대화를 합니다. 최근 공유숙박 과제로는 새벽 2시까지 토론을 했죠. 자율적으로 그렇게 오래 한 겁니다. 저는 오후 11시 쯤 끝내자고 했는데 서로 할 얘기가 더 있다고 했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대화를 하면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모든 분야에 전면 도입하기는 어려운 방식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우수 사례)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요식행위들은 많았습니다. 전문가 간담회, 시민 간담회, 공청회 등이 있었지만 갈등은 여전했죠. 또다른 요인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승차공유 문제를 보면 택시업계에 해커톤에 나와달라고 여러번 요청했는데 참석한 적이 없습니다. 나와서 어떤 주장을 하든 좋다고 했는데 말이죠. 이런 태도 자체가 사회적 합의를 못하게 합니다. 4차산업혁명위는 참석 요구는 할 수 있지만 안 나온다고 불이익을 주지는 못합니다. 참석하지 않은 것에 따른 불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대화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왜 그들의 이익을 챙겨줘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사회적 합의를 위한 적절한 방식이 부족했고 합의에 대한 경험이 굉장히 부족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4차산업혁명위 해커톤은 성과를 내면서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택시업계를 직접 찾아가 설득할 계획은 없습니까.

“직접 가서 해결할 문제였으면 이미 그랬겠죠. 논의 주제에 대한 제한이나 결론을 두지 말고 토론하자고 해도 택시업계에서 나오질 않습니다. 그래도 미제로 남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될 것 같습니다.”

▷4차산업혁명위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위원회가 가진 고유한 가치가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처럼 민간과 정부가 함께 하는 형식이 별로 없습니다. 각 부처 내 위원회들은 민간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합니다. 보통 부처의 논리를 합리화하는데 활용됩니다. 4차 혁명위는 대통령 직속이기도 하고 민간과 의견을 충분히 나눌 수 있죠. 다만 위원회에 고유한 권한이 없어 아쉽습니다. 각종 현안을 당·정·청 구조에서 풀어야 한다는 비효율성이 있습니다. 다음 정부에도 4차산업혁명위는 있어야 하고 권한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장관들의 참석이 저조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장관이 회의에 참석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해서 성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공무원들은 해커톤의 중요성을 점점 더 이해하고 있습니다. 참석한 분들 중 앞으로 다시는 나가지 않는다고 말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위원장으로서 대통령과도 직접 소통합니까.

“주로 청와대 정책실장과 협업하는 구조입니다. 이제 남북관계가 궤도에 올랐고 일자리 문제도 중요하기 때문에 4차산업혁명위에 귀를 더욱 기울여 주실 것 같습니다.”

▷중국이 혁신 분야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혁신성장의 바탕이 되는 인재와 관련 인프라를 보면 이미 한국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인재들이 뛰어들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혁신과정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사전규제가 없고 사후규제가 있죠. 기업들이 커지면 규제가 생깁니다. 기업이 크다는 것은 중국 인민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기업이 작을 때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대신 중국 정부는 사후규제를 강하게 합니다. 최근 중국 여배우 판빙빙이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미안하다. 세금 낸다”고 했잖아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가 기본인 국가입니다. 어떤 민간 사업이든 일단 그냥 해버립니다. 다만 창업가들은 돈만 많이 벌고 국민에게 안 좋은 경우가 생길 때 정부에서 뭔가 큰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염두에 두면서 사업을 할 겁니다.”

▷중국 내 창업 열기가 뜨거운 이유입니까.

“중국에선 돈 버는 사람을 존중해주고 있습니다. 뭔가 실력이 있어서 돈을 벌었다고 인정해주는 분위기죠. 중국에서 똑똑한 친구들을 만나보면 사업을 하겠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특정 회사에서 평생 일하겠다는 청년이 별로 없어요. 이런 모험적인 자세가 혁신의 동인이라고 봅니다. 중국은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이 계획경제로 육성되고 있지만 나머지 분야에선 민간이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

▷한국은 네거티브 규제 도입이 더딥니다.

“공적영역 종사자들의 숫자가 적절한지 의문이 듭니다. 대학도 제가 보기에는 공적영역입니다. 세금이 들어가죠. 각종 정부 산하 단체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을 보면 주립대가 있지만 민간 대학이 훨씬 많습니다.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공적영역이 적당한가 의문이 듭니다. 규제를 쉽게 없애지 못하는 것은 공공영역이 큰 것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선 공무원들의 태도 문제 아닙니까.

“한국에서는 규제를 보는 또다른 틀이 있습니다. 예측복종과 규제 그레이존입니다. 공무원들이 규제 관련 법령을 해석할 때 애매한 경우 그냥 두거나 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그레이존입니다. 공무원들은 정부 분위기에 따라 법령 해석을 내립니다. 예측복종이죠. 최근 버스 수송과 관련된 스타트업이 있었습니다. 서울시 공무원은 관련 사업을 하지 말라고 얘기는 안 했지만 그런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후 기획재정부에서 어떤 조치를 하니깐 서울시에서 물러났습니다. ”

▷새 정부 들어 규제 해석이 강해졌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규제가 중요하다고 하면 이 분야도 ‘과노동(규제 강화)’으로 가게 마련입니다. 기업 경영현장에서 예전부터 문제가 된 규제 조항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그냥 뒀죠. 정부에서 친재벌, 낙수효과 등을 얘기했고 대통령이 대기업 출신이기도 했고요. 그레이존에서 기업들의 편을 들었습니다. 이번 정부에서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했습니다. 이전에는 가만히 뒀던 것들을 ‘사실 문제가 있었다’라고 다시 해석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법 조항도 그렇고 규제라는 것이 선이 명확하게 갈리지 않습니다. 친노동 정책으로 관련 분야의 규제가 그만큼 강해지긴 했습니다.”

▷혁신성장 분야는 더 하지 않습니까.

“핀테크(금융기술) 분야를 보면 금융위원장께서 관련 말씀을 계속 하시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공무원들이 핀테크를 제대로 안 하면 본인이 승진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과장 등 현장에 있는 실무자들이 변했습니다. 게임산업에선 규제가 바뀐 게 없습니다. 분위기는 좋습니다. 지난 정부에서는 마약 취급을 했는데 이번 정부에서는 대통령 자제분이 게임업계에 있다는 소문이 때문인지 공무원들이 예측복종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공무원의 그림자 규제 등 법령 해석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 분위기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창업자에게 박수를 보낼 것인가, 아니면 공무원시험 합격자에게 박수를 보낼 것인가. 누구에게 박수를 치느냐에 따라 나라의 미래가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20대 청년들은 공무원이나 의사가 되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더 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향은 미래 지향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창업가, 기업가에 대한 존중심이 조금씩이라도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창업 열정을 짓누르는 현상도 있을텐데요.

“스타트업이 성장하면 중견기업, 대기업이 됩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일정 기준을 넘는 대기업이 되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됩니다. 이번 정부에선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대기업집단의 총수가 되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창피를 당했습니다. 기업인의 공과 과는 구분해야 합니다. 네이버의 공까지 무시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입니다. 금융업계의 토스라든가, 게임업계의 펄어비스 등 크게 성장하는 벤처기업들이 있죠. 이들의 롤모델은 이해진 창업자입니다. ‘내 기업이 성장하면 이해진 창업자처럼 국감에 가야 하고 창피도 당해야 한다’ 이런 고민을 안 할 수 없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스타트업계에 전파가 됩니다. 정치권은 스타트업들이 작을 때는 신경을 쓰지 않다가 커지면 태도가 달라집니다. 창업가들은 위축됩니다. 회사를 키우는 것보다는 ‘이 정도까지만 하면 됐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고만고만한 회사들만 남게 됩니다. 국가 경제적으로 좋은 일이 아닙니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려면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더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삼성전자 같은 기업을 하나 더 만들면 되지 않나’라는 의견은 기업에 없는 분들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삼성은 우연히 탄생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제 주위에서 삼성전자를 만들자는 사람들은 계획경제하자는 분들이었습니다. 기업가 정신은 혁신을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기업가 정신을 갖고 창업가들이 과감히 도전하는 것을 북돋아줘야 합니다.”

▷기재부도 산하에 혁신성장본부를 신설했는데요.

“협업하는 사이입니다. 정책을 추진하려면 각 부처를 움직여야 합니다. 기재부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죠. 최근 마지막 4차혁명위 해커톤의 세 개 주제는 혁신성장본부에서 추천했습니다. ”

▷혁신성장본부의 민간 본부장인 이재웅 쏘카 대표는 혁신성장 기회가 길어야 2년 남았다고 봤습니다.

“한국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이 올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일본도 그렇게 되고 싶진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혁신성장 타이밍을 놓치면 한국도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잃어버린 10년, 20년’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당·정·청이 협심하면 좋겠습니다.”

정리=김주완/사진=김영우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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