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제약행사 국제의약품박람회(CPhI) 가보니
“바이오를 빼놓고 제약산업을 말할 수 없다“(에릭 랭어 바이오플랜어소시에이츠 회장)
“바이오의약품이 제약산업을 뒤바꿀 것이다”(앤드류 스탠퍼드 캐탈란트 부회장)
지난 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막한 국제의약품박람회(CPhI).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모두 바이오 산업에 주목했다. CPhI는 전세계 제약산업 종사자 5만명이 모이는 세계 최대 제약 전시회다.
미국 바이오인터내셔널컨벤션(BIO)와 달리 합성의약품과 원료의약품(API) 등을 개발, 생산하는 전통 제약업체들이 주로 참가한다. 화학에서 출발해 제약산업을 키운 유럽의 배경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는 바이오 분야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보수적이었던 유럽까지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 유럽을 뒤흔든 바이오
올해 CPhI에서는 처음으로 ‘바이오 라이브’라는 행사가 열렸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본궤도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생산 분야와 관련된 별도의 전시장을 마련해달라는 참가자들의 요구도 반영됐다. 올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기업과 CEO에게 수여하는 ‘CPhI 파마 어워드’도 나노치료제 개발업체인 나노바이오틱스의 로렌트 레비 CEO에게 돌아갔다. 2003년 설립된 나노바이오틱스는 100명 규모의 소규모 바이오회사로 나노과학을 암치료에 접목해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유럽의 변화는 신약 허가에서도 나타난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올해 2개의 유전자 치료제를 승인했다. 지난 3월 허가를 받은 다케다와 타이제닉스의 크론병 치료제 ‘알로피셀’과 지난 8월 승인을 획득한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치료제) ‘예스카타’다. 예스카타는 미국식품의약품(FDA)의 허가를 받은데 이어 유럽 관문도 통과했다.
미국 FDA가 지난해 46개의 신약을 승인하며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유럽도 덩달아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루트거 아우데잔 UBM 디렉터는 “유럽에서는 현재 100여개의 유전자치료제와 600개의 CAR-T 치료제가 개발 중“이라며 ”경쟁과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희귀질환과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이 늘고 바이오의약품 생산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체의약품 넘어 유전자 치료제로
바이오 분야 중에서도 차세대 치료제로 떠오르는 세포, 유전자 치료제에 이목이 집중됐다. 항체에 약물을 결합해 기존 항체 의약품보다 효과가 뛰어나고 지속성을 높인 '항체 약물 접합체(ADC)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제약업계는 2~3년 전만해도 ADC 약물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현재 600개의 임상이 진행될 정도로 연구가 활발하다. 국내에서도 ABL바이오, 레고켐바이오, 알테오젠 등이 ADC를 개발 중이다.
ADC 시장은 승인이 이뤄진 후 급격히 성장해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20%로 40억 달러(4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비벡 샤르마 피라말파마솔루션 CEO는 ADC 약물 생산과 관련해 자체 생산시설을 증설할 계획을 밝혔다.
바이오의약품 수요 증가에 대비해 생산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억원대의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대량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생산비를 낮춰야 한다. 그러나 첨단의약품은 구조가 복합해 약물 개발과 생산이 어렵다. 인공지능(AI) 기술과 3D 프린팅 기술 등을 접목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질링 첸 중국 우시STA 부회장은 “현재 제약산업 역사상 가장 많은 1만5000개의 후보물질들이 연구되고 있다”며 “신약 개발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의약품 개발과 생산 분야에서 혁신이 성공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국내 기업은 유한양행, 보령제약, 일동제약, 삼양바이오팜, 영진제약 등 68개 기업이 참가했다. 한미약품은 별도 부스를 마련했다.
마드리드=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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