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96%가 '곤두박질'…"연말까지 약세장 계속될 듯"

입력 2018-10-11 17:46
한국 증시 폭락

코스피 98P 내린 2129…1년6개월 만에 최저
미국發 쇼크에 4% 넘게 떨어져…코스닥 5.37% 급락
"2200선은 회복할 것" vs "악재 많아 추가 하락 가능성"


[ 오형주/나수지 기자 ]
코스피지수가 미국 증시 폭락 충격으로 약 7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2120선으로 밀려났다. 미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등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던 미국 증시마저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면서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외국인 4867억원 순매도

코스피지수는 11일 98.94포인트(4.44%) 내린 2129.67에 마감, 작년 4월25일(2196.85) 이후 18개월 만에 2200선이 붕괴했다. 코스닥지수는 40.12포인트(5.37%) 떨어진 707.38에 장을 마쳐 작년 11월7일(701.14) 이후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코스피지수 하락은 외국인이 주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하루 만에 486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2164억원, 기관투자가는 243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닥시장에선 외국인이 798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개인이 2729억원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유가증권시장은 모든 업종이 하락했다. 의료정밀 업종의 낙폭이 6.11%로 가장 컸고, 종이·목재(-5.94%) 증권(-5.60%) 건설(-5.44%) 등이 뒤를 이었다. 하락종목 수가 전체의 96.2%인 865개에 이른 반면 상승 종목은 23개에 그쳤다. 시총 상위 30개 종목(거래정지 종목 제외) 중에선 넷마블(보합)을 뺀 모든 종목이 하락했다. 코스닥시장도 하락 종목 비율이 93.7%에 달했고, 통신서비스(0.76%)를 제외한 전 업종이 하락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등으로 외국인의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짙어진 상황에서 전날 미국 증시가 급락하자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최근 대부분 국가의 주식시장이 하락세였으나 미국 증시는 강력한 경제와 실적 성장 기대에 강세를 보여왔다”며 “하지만 전날 급락은 더 이상 미국 주식도 안전자산이 아님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단기간 내 해결될 가능성이 옅어진 것이 증시 하락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왔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추석 연휴 이전엔 미국 중간선거 전후로 무역분쟁이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연휴 이후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증시 급락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도 증시가 취약해진 이유로 꼽혔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경제와 기업 실적에 대한 의구심과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기존 불확실성에 금리 인상 이슈가 새로 추가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무역분쟁 장기화 땐 2100선도 가능”

전문가들은 대체로 코스피지수가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연말까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4분기까지는 기업 실적 등을 배경으로 2200선을 지킬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센터장은 코스피지수 연저점을 2150으로 제시하면서 “기업 실적이 심각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추가 급락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산적한 악재를 고려하면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바닥이라고 보긴 힘들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로 미국과 중국이 끝까지 가보겠다고 한다면 말 그대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은택 KB증권 주식전략팀장도 “연말까지 미·중 간 무역분쟁 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내년 초 코스피지수가 2100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 대응전략으로는 실적과 업황 등을 고려해 우량주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하라는 의견이 많았다. 구용욱 센터장은 “펀더멘털 대비 주가가 많이 빠졌다고 판단하는 종목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형주/나수지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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