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업스파이 법정에 세운 美…"기술 도둑질 끝까지 응징"

입력 2018-10-11 17:25
수정 2019-01-09 00:01
GE 항공기 기밀 빼내려 한 中 첩보원 첫 압송
"어렵게 얻은 성과 훔치는 것이 중국의 전략"


[ 설지연 기자 ]
미국에서 항공기업의 기밀 정보를 훔치는 간첩 활동을 하다가 적발된 중국 정부 스파이가 미국 사법당국 손에 넘겨졌다. 미국이 중국의 산업스파이를 압송해 법정에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중 간 통상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스파이칩 해킹 논란에 이어 중국 산업스파이 검거까지 경제·통상 분야에서의 양국 간 갈등이 다방면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10일(현지시간)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의 항공·우주기업들에서 기밀 정보를 훔치려 한 혐의로 중국 국가안전부(MSS) 소속 첩보원인 쉬옌쥔이 전날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간첩 행위와 산업기밀 절도 시도 등 4개 혐의로 기소된 쉬옌쥔은 10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쉬옌쥔은 중국 장쑤성 MSS 제6판공실에서 해외 정보 수집 및 정치보안 등의 업무를 담당했던 고위 관리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 기소장에 따르면 지난 4월1일 벨기에에서 체포됐다가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미국으로 송환됐다.

쉬옌쥔은 2013년 12월부터 지난 4월 체포 직전까지 GE 에비에이션 등 미국 주요 항공기업들의 첨단기술을 빼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장쑤성 과학기술증진협회 관계자로 위장해 GE 에비에이션 회사 직원에게 접근해 ‘벨기에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가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쉬옌쥔은 GE 에비에이션 직원으로부터 엔진 날개 디자인과 재료에 관한 자료를 빼내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다른 항공사 관계자들을 ‘중국 대학 포럼에 참석해 달라’며 여행 경비를 대주고 중국으로 데려가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미 법무부는 이번 사건을 단순 개인 절도사건으로 보지 않고 있다. 존 디머스 미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일회성 개인 범죄가 아니라 미국을 희생시켜 자국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전략이 노출된 것”이라며 “한 국가(중국)가 노력도 하지 않고 우리의 군사력과 지적 성과를 훔치려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미국 항공기업들은 수십 년간 거액을 투자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발전을 이뤘고 이것이 미국의 방식”이라면서 “스파이를 통해 미국이 어렵게 얻은 성과를 훔치는 것은 중국의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경찰은 지난달 말에도 시카고에서 지차오췬이라는 중국인을 비슷한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미국 과학기술업계에서 일하는 중국인 가운데 스파이로 심을 사람을 모집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애플 아마존 등 미국 대표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초소형 스파이칩을 이용한 해킹 공격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중국의 지식재산권 탈취 및 스파이 행위를 공개 경고한 후 벌어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4일 한 행사 연설에서 “중국 정부가 미국 기술의 ‘싹쓸이 절도’를 진두지휘하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도둑질을 끝낼 때까지 계속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중국을 겨냥해 “미국 내 스파이를 검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