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금 걷는 것도, 쓰는 것도 너무 엇나가고 있지 않은가

입력 2018-10-10 18:47
내년에 주택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사람이 2016년(27만3555명)보다 71.98% 증가한 47만460명에 이를 것이라는 한경 보도다(10월10일자 A1, 8면 참조). 국회예산정책처가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 의뢰를 받아 연간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부세) 세수 전망을 추계한 결과다. 여기에 토지 보유자까지 포함하면 내년 종부세 대상자는 55만3315명에 달한다. “특정 계층을 겨냥한 ‘핀셋증세’여서 세금 부담이 커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던 정부 주장과 달리 고가·다주택 보유자는 물론 중산층까지 ‘세금 폭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종부세가 ‘세금 폭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세율이 징벌적이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최대 2%인 종부세 세율은 3.2%로 오른다. 보유세 부담 상한도 전년 대비 150%에서 300%로 두 배 인상된다. 여기에다 재산세 과표 기준인 공시가 인상(현행 80%→2020년 100%) 등은 집 한 채 이외에는 별다른 수입이 없는 고령층에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

지난해 소득세·법인세 인상에 이은 종부세발(發) ‘제2차 부자 증세’는 “일부 계층에 집중된 기형적인 담세(擔稅)구조를 더 왜곡시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세정(稅政) 기본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 편가르기식 증세는 ‘가진 자’에 대한 질투를 유발시켜 계층 간 갈등을 부추기고 조세 저항을 야기할 것이다.

세금을 걷는 방식 못지않게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의 세금 퍼붓기식 정책 집행이다. 생산, 소비, 투자, 고용 등 경제 지표가 악화일로지만 세금으로 정책 실패를 땜질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지난해와 올해 투입한 일자리 예산만 54조원에 이른다. 그러고도 고용 상황이 더 악화되자 내년엔 일자리 예산을 22% 더 늘리겠다고 한다.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 대책으로 내놓은 지원액은 7조원이다. 탈(脫)원전에 따른 신규 원전 6기 중단 비용(1조3000억원)도 세금으로 조성된 전력기금으로 충당하려고 한다.

이런 일련의 세금 퍼붓기 정책이 점점 더 뚜렷하게 드러내는 게 있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인 일자리 정책 등은 세금이 아니면 지탱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세금주도성장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재인 정부의 5년간 관리재정수지 누적 적자 전망치는 179조원에 달한다. 국가 채무도 5년간 34% 늘어 843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세금을 걷고 집행하는 데 무거운 책임감과 엄중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