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엄마한테 사업한다고 말하세요

입력 2018-10-09 17:21
김준동 <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jdkim@korcham.net >


10여 년 전 벨기에 브뤼셀에서 근무할 때다. 현지 기업인이 재미있는 책을 썼다. 《우리 엄마한테 제가 사업하고 있다고 말하지 마세요. 엄마는 제가 안정적인 직장을 찾고 있는 줄 아시거든요》라는 제목이다.

요지는 제목 그대로다. 유럽에서도 각종 법이나 규제로 사업하기가 쉽지 않다. 사업가가 되기보다는 근로자가 되는 편이 차라리 더 낫다. 그것이 엄마의 마음이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일을 겁내는 사람(a clean hand)보다는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일을 만들어나가는 사람(a dirty hand)만이 기업이나 국가의 번영에 기여할 수 있다”며 기업가정신의 회복을 강조한다.

꽉 짜인 사회인 유럽에는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가 있다. 이 때문인지 창업에 대한 인식이 미국만큼 높지 않다. 통계에 따르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면 창업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미국은 3분의 1에 불과한 반면 유럽은 절반이 넘는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아직도 제조업을 하십니까’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했다. 제조업을 하는 게 그만큼 어려웠다는 얘기다. 사정은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제조업은 경제의 엔진이다. 서비스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경제가 진일보하기 위해선 제조업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같이 경제 규모가 큰 국가일수록 더욱 그렇다.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도 “일류 제조업이 없으면 일류 서비스업이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런데 제조업의 새로운 힘은 창업에서 나온다. 제조업은 계속 진화한다. 후발국과의 기술 격차는 갈수록 좁혀지고, 시장을 주도하는 산업도 시시각각 변한다. 결국 제조업을 발전시켜 나가고, 신산업도 선점하려면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함께 질 좋은 기술 창업이 활발히 일어나야 한다.

근래 창업이 많이 늘고 있어 반갑다. 매월 1만 개 법인이 새롭게 출발하고 이 중 기술 창업도 매월 평균 2000~3000건 정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정부도 기술 창업을 위해 예산을 늘리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에 어렵게 신기술 창업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3법도 국회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젊어서 하는 창업은 무조건 남는 장사’라는데 창업을 위한 판까지 잘 마련된 셈이다.

지금 우리는 젊은 창업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들은 꺼져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엔진을 다시 돌릴 수 있는 주력이다. 엄마들은 안정적인 대기업 샐러리맨을 원할지 모른다. 하지만 국가와 기업은 도전하는 창업가를 간절히 원한다.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의 도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