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큰그림 없이 정권마다 오락가락…학부모들 "정부가 영어사교육 부추겨"

입력 2018-10-08 17:28
애물단지 된 영어마을


[ 구은서 기자 ] 전문가들은 영어마을 사례가 ‘정부의 영어교육 정책 실종’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은 유명무실화된 영어마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등 정부가 영어교육을 두고 혼선을 거듭하다 보니 불안감이 커져 사교육으로 향하게 된다고 호소했다.

8일 교육부는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철회에 이어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를 전면 재검토 중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4일 취임 이틀 만에 기존 교육부 방침을 뒤집고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놀이 중심 영어수업을 허용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음날인 5일에는 “초등 1·2학년도 유치원처럼 방과후 영어수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다만 공교육정상화법 문제가 걸려 있어 법 개정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공교육정상화법이 시행되면서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이 금지됐다. 교육부는 정책 일관성을 이유로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도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결정을 1년 뒤로 유예하고 공론화(정책숙려제)를 통해 금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유 부총리의 발언 직후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당초 예고했던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금지에 대한 정책숙려제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오락가락’ 교육정책이 불안을 조성하고 사교육 경쟁을 유발한다고 호소했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 강모씨(34)는 “현실적으로 영어교육 수요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가 철회돼 다행”이라면서도 “교육부 장관 말 한마디로 교육정책이 뒤집히는 걸 보니 ‘차라리 미리 학원에 보내면 마음 졸일 일이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김정오 광주여대 어린이영어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에 대한 큰 그림 없이 정권마다, 장관마다 영어교육 정책이 변하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혼란은 고스란히 학부모와 학생들이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올 연말까지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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