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사설] '대한민국=매력있는 나라'에 저출산 해법 있다
대한민국에서 저출산 문제만큼 좌우나 보수·진보 구별 없이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국가 사회적 과제도 드물 것이다. 계속 떨어져 온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05명으로 급락했다. 올해는 1.0명도 안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고령화와 맞물려 우리 사회 인구구조에 대한 걱정과 경고도 이제 만성화돼 간다.
지난 2분기에는 합계출산율이 0.97명으로 떨어졌다. 세계 최저 출산율에 우려와 탄식이 또 반복됐다. 그럼에도 뚜렷한 해법은 안 보인다. 지난해까지 12년간 퍼부은 122조원은 어떻게 쓰였나. 더 이상 재정 투입에 기대는 식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인식이 보편화돼 가는 정도가 성과라면 성과다.
악화 일변도의 저출산 해법으로 제시된 방안들은 이미 적지 않다. 이민청 또는 인구청 신설 주장도 그런 맥락이다. 이런 와중에 엊그제 나온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한 민간위원 기고문은 관심을 끌 만했다. 그는 “저출산은 되돌릴 수 없다. 재앙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절실한 현실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적지 않지만, 발상과 인식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 논리가 있다. 이런 주장이 정부 안팎의 여러 경로로 깊이 논의되고 검증도 받기 바란다. 우리 사회의 공론 수준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며 시대 변화를 제대로 읽는 역량이다. 개방화의 흐름으로 앞으로 국경은 한층 낮아질 것이다. 각국의 인재들에게 다른 나라 국적 선택의 기회가 좀 더 보편화되고 수월해진다고 봐야 한다. 지금도 능력 있는 개인에게는 그런 기회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가 이민 문호를 더 개방하고 다문화를 좀 더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왔다. 공감대도 두루 형성돼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처럼 국경을 높여도 인재가 밀려드는 나라인가. 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보장되고, 기회의 평등이 강조되고, 사업하기 좋고, 성공신화를 칭송하며 보장하는 사회인가. 한마디로 ‘매력 있고, 살고 싶은 대한민국’인가. 우리 사회에 바로 동화해 구성원으로 기여할 우수 인력의 유입을 바란다면 그런 사회로 적극 이행해 가야 한다. 저출산 트렌드를 단기에 바꾸기 어렵다면 매력만점 국가가 돼 새 시민이 오도록 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다. 적은 비용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0월2일자 사설>
사설 읽기 포인트
예산 투입만으론 저출산 해결 안돼
해외 인재들이 오고 싶은 나라 만들고
좋은 일자리 늘리면 저출산 저절로 해소
문제가 너무 크면 해결도 어려울 수 있다. 모두가 전문가라고 나서면 해법 도출은 더 어렵게 된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미리미리, 평소에 노력을 해둬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은 버틸 만하기에 고민하는 척만 하다가 문제를 키운다. 개인이나 국가나 같다. 선거에 따른 임기제 정부는 더욱 그렇다. 저출산 문제가 딱 그렇다.
“저출산이 얼마나 심각한 일이냐”는 문제 제기가 나온 지는 오래됐다. 출산·인구 관련 통계가 나올 때마다 해법도 다양하게 따라붙는다. 역대 정부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장담은 했다. 그러면서 예산 배정부터 연구했지만 돈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계속 투입할 예산도 없다.
“이민을 받아들이자” “다문화 사회로 적극 나아가자”는 주장도 새로운 대안이 아니다. 이런 주장이 나올 때면 마치 한국으로 괜찮은 인력들이 들어오려고 줄이라도 서 있는 것처럼 여기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현실도 그런가. 우리가 받아들이자는 이민은 제주로 밀려든 예멘인 같은 난민이 아니다. 건강하고 지력 있는, 바로 한국 사회의 성원이 되면서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도 할 인력을 원하는 것이다. 그런 인력이 쉽게 한국을 택할 것인가.
세계에서 이민 선호 4개국이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다. 한국은 그만한 사회가 되는가. 우리는 그런 사회가 되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나. 이민 수용이 마치 대단한 시혜를 주고 특혜를 베푸는 것처럼 말하는 국수주의자도 있다. 우리보다 경제 형편이 못한 동남아 서남아 국가를 거론하며 우리만 ‘오케이’하면 그들이 달려올 것처럼 환상에 빠진 이들도 있다. 저개발국에서도 우수 인력은 모두 선진국으로 이주를 희망할 것이다.
준비가 덜된 난민 수용이라면 문제가 더 크다. 밀려든 난민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미처 예상하지 못한 지출로 갈등이 더 심각해지고 있는 유럽 국가들 사례를 봐야 한다. 독일 스웨덴 영국이 대표적이다.
저출산에 대한 과도한 걱정은 타당한 것인가. 왜 그런가. 출산율 높이기는 가능성이 있나. 없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출산율을 높이는 자체가 의미 없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고민하고 연구할 게 많다. 냉철한 반성 없이 문제라고만 외쳤던 것이 실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미래 사회, 개방화의 물결은 국가 간 국경을 크게 낮출 것이다. 트럼프가 뭐라 해도 국제 사회의 개방 물결 자체는 막기 어렵다. 개인들은 주거 지역을 택하듯, 국가 선택도 좀 더 용이하게 할 것이다. 그런 능력이 있는 개인은 이미 많다. 한층 늘어날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이민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우리 젊은이들까지 해외로 놓칠 수 있다. 매력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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