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
[ 설지연 기자 ]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재투표는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리엄 폭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사진)은 지난 5일 서울 정동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인 노동당 등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다시 할 것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폭스 장관은 “이미 의사를 표현한 국민에게 정치인들이 ‘답이 틀렸으니 다시 생각해봐라’라고 하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폭스 장관은 사흘간의 방한 일정 동안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정부 인사는 물론 삼성, LG, 한화 등 국내 주요 대기업 관계자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폭스 장관은 “김 부총리, 김 본부장과 만나 영국의 EU 탈퇴 이후에도 두 나라 기업이 자유롭게 교역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브렉시트 후에도 영국은 다른 나라들과 더 야심 차게 통상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영국은 런던 기준 내년 3월29일 밤 11시(EU 본부 브뤼셀 기준 30일 0시)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무역 및 투자 분야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한·영 무역작업반’을 구성해 논의 중이다. 영국은 아직 EU와 브렉시트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공식적으로 다른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EU 탈퇴 후엔 한·EU FTA와 같은 수준의 통상 협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양국 간 협상 쟁점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한국은 자동차 원산지 규정 개정 등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폭스 장관은 “영국의 EU 탈퇴가 완전히 마무리되는 2020년 이후에도 통상 분야에서 연속성을 확보하자는 게 영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폭스 장관은 “영국 경제는 전례 없이 건실하다”고도 했다. 그는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더 배타적으로 변할 것이란 오해가 있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며 “EU 탈퇴를 결정한 국민투표(2016년 6월) 이후 영국에서 일자리 60만 개가 새로 생겼고 고용률도 역대 최고”라고 말했다.
또 ‘런던이 파리에 금융허브 지위를 뺏기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도이체방크와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여전히 런던에 본사를 두려고 하고 있고 유니레버도 네덜란드로 본사를 옮기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영국에 남기로 했다”며 “기업들의 영국 이탈은 없다”고 강조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