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네 호텔이 힐튼 이긴 비결

입력 2018-10-07 18:04
수정 2018-10-08 10:11
안재광 기자의 유통심리학 (11)

수영장서 아이스크림 무한 제공
'선택적 주의' 마케팅에 적극 활용
LA 매직캐슬의 성공 사례


[ 안재광 기자 ]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에는 ‘매직캐슬’이란 호텔이 있다. 독특한 서비스로 유명하다. 호텔 수영장 주변 곳곳에는 빨간색 전화기가 있다. 막대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는 ‘핫라인’이다. 선베드에 누워 이 전화기를 들면 직원이 아이스크림을 은쟁반에 받쳐 무한대로 가져다 준다. 셔츠 몇 벌은 공짜로 세탁해 준다. 방 안에 있는 스낵이나 음료도 그냥 먹을 수 있다. 보드 게임을 빌려주고 영화도 공짜로 볼 수 있다.

매직캐슬은 이런 ‘별것 아닌’ 서비스를 통해 미국 내 최고 호텔 중 하나가 됐다. 여행 정보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 평점 순위 기준(지난달 26일 현재) 357개 LA 호텔 중 4위에 올라 있다. 리뷰한 3200여 명 가운데 약 74%가 ‘아주 좋음’으로 평가했다. 메리어트, 힐튼, 하얏트 등을 멀찌감치 앞섰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호텔이 ‘특별한 서비스’ 이외에는 내세울 게 없다는 점이다. 노란색 페인트를 칠한 건물 외관은 고급 호텔과 거리가 멀다. 대학 기숙사나 낡은 아파트처럼 보인다. 수영장은 미국 동네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수준이다. 리뷰를 자세히 읽어 보면 ‘방에 개미가 나왔다’거나 ‘카펫이 오래됐다’ 같은 글도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 투숙객은 ‘아주 좋음’을 주저 없이 눌렀다. 매직캐슬이 메리어트와 비슷한 1박당 30만원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이다.

매직캐슬이 마케팅에 성공한 이유는 단순하다. 다른 호텔이 ‘하지 않는’ 서비스를 했기 때문이다. 인상 깊은 서비스가 ‘작은 방’ ‘낡은 욕조’ 따위를 잊게 만들었다. 인지 심리학에선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란 용어로 설명한다. 많은 정보 중 어떤 것을 기억 단계까지 가져갈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느냐의 문제란 것이다. 유명한 심리학 실험이 있었다. 실험 참가자에게 6명이 농구공을 패스하는 동영상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패스가 몇 번 이뤄졌는지 세어 보라고 지시했다. 동영상 중간에는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이 지나간다. 동영상이 끝난 뒤 참가자에게 ‘고릴라 복장의 사람을 봤느냐’고 물었다. 절반은 패스에 집중하느라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 사람의 기억은 이처럼 ‘선택적’으로 이뤄진다.

호텔과 같은 서비스업계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호텔들은 좋은 시설, 훌륭한 서비스, 맛있는 음식 등 ‘모든 것’을 갖추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의 주의를 무엇으로 끌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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