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머니
러닝메이트 지음 / 이기문 편저
북바이퍼블리 / 288쪽│1만6000원
[ 은정진 기자 ]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애플, 세계인을 하나의 커뮤니티로 묶은 페이스북, 검색엔진으로 세계를 장악한 구글이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것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 뒤에 벤처캐피털(VC)과 엔젤투자자가 묵묵히 받치고 있었다는 사실은 대중 앞에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청년 취업난에 많은 이가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창업가 뒤의 창업가’로 불리는 VC는 이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종사자, 투자가들만 이해하는 분야가 아니라 벤처창업을 준비하는 모두가 알아야 할 세계가 됐다. 그동안 벤처투자가 어렵고 멀게 느껴진 게 사실이다. 활동하는 국내 벤처캐피털리스트라고 해야 약 1000명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VC가 뭐야? 어떻게 돈을 버는 어떤 산업이야?”라고 물으면 명확히 설명해주는 이가 없었던 탓도 있다. 벤처업계 종사자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하는 세계가 한국 벤처캐피털이라고 할 정도다.
《뉴 머니(NEW MONEY)》는 벤처 투자의 구성과 VC산업 전망 등을 담은 VC개론부터 한국 벤처캐피털산업의 문제점과 대안, 베일에 싸인 VC업계 내부 속사정까지 담아낸 책이다. 각기 다른 벤처캐피털에서 현역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일하는 6명이 ‘러닝메이트’라는 이름으로 내놨다. 책은 투자와 사후관리, 회수, 펀딩으로 나눠 벤처투자를 분석했다.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쉽게 VC에 접근할 수 있도록 투자 유형과 투자 횟수, 투자 단계, 운영 인력까지 분석했다. 한국과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을 비교하며 우리는 왜 미국처럼 ‘빅 위너(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엔 큰돈을 벌어들이는 거대기업)’이 나오지 않는지도 분석한다.
책 중간에 들어간 시니어 VC 대표들의 대담은 자칫 지루해질지 모를 책의 흐름을 한 번씩 가볍게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VC 간 색깔 차이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각 회사가 차별화하고 있는 투자 방식이나 해외에서 바라보는 우리 VC시장 등 국내 벤처캐피털업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털어놓는다. 이 중 VC 투자의 본질에 대해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더 행복한 세상을 이루는 존경받는 기업을 만드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기업공개와 수익을 위해서라면 술집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고 말한다. 정부가 VC를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기업으로만 보지 말고 하나의 산업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존경받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나와야 한다고도 했다. 이 같은 변화를 목격하는 즐거움, 맨땅에 헤딩하다 깨지는 순간을 즐기는 유쾌함, 혁신을 폭넓게 이해하고자 하는 탐구심을 지닌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반짝거림이 이 책의 다음 장을 넘기게 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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