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댓글공작 지휘' 조현오 구속영장 심사…"정치공작, 말도 안돼"

입력 2018-10-04 15:06
수정 2018-10-04 15:13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공작을 총지휘한 혐의를 받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4일 또 한 차례 구속 갈림길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오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조 전 청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구속 여부를 심리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나 5일 새벽 중 결정될 전망이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면서 휘하 조직을 동원해 주요 사회 현안과 관련, 정부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대응 글 3만3000여건을 달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전국 보안사이버요원과 서울경찰청·일선 경찰서 정보과 사이버 담당, 온라인 홍보담당 등 1500여명을 동원해 천안함 사건, 구제역 사태,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현안과 관련한 댓글·트위터 글을 달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조 전 청장이 가명 또는 차명 계정이나 외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사설 인터넷망 등을 이용해 일반 시민으로 가장하고 정부와 경찰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인터넷상에 의견을 달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수사단은 그간 확보한 관련자 진술로 미뤄 댓글공작으로 작성된 글은 총 6만여건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수사단이 실제 확인한 글은 1만2800여건이다.

조 전 청장은 이날 영장심사 시각보다 30여분 일찍 법원에 도착해 바로 법정으로 향했다. 그는 앞서 2차례 경찰 피의자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영장심사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에게 "본래 의도했던 것과 달리 일부 (문제성) 댓글을 단 부분에는 큰 책임을 느끼고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내가 지시한 것은 허위사실로 경찰을 비난하는 경우 적극 대응하라는 것이었다. 그 팩트는 바뀔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조직폭력배를 단속하라고 하면 그 과정에서 여러 불법적인 행위도 일어난다"며 당시 자신의 지시 자체는 정당했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수사권 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에서 적극 도와줬다. 개인적으로도 오히려 야당에 대해 고마운 생각을 많이 했다"며 "당시 경찰 조직 내에 야당인 민주당에 대한 고마운 정서가 지배적이었는데 정치공작이라니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항변했다.

조 전 청장은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항소심에서 재수감된 전력이 있다.

그는 이후 부산지역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도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법정구속되지는 않았다.

경찰청 수사단은 앞서 댓글공작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전직 경찰 고위직 3명과 현직 1명의 구속영장도 신청했으나 법원은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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