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 바이오헬스부 기자 freeu@hankyung.com
[ 임유 기자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횡포에 거의 자포자기 상태예요.”
2009년 세계 최초로 ‘자가치아 유래골 이식술’이라는 신의료기술을 개발한 이승복 한국치아은행 대표의 하소연이다. 이 회사는 2015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심평원이 3년째 수가 산정을 미루면서 제품 출시를 못하고 있다. 수가가 정해지지 않으면 의료기관이 환자나 건강보험공단에 치료비를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가치아 유래골 이식술은 잇몸뼈가 부실한 환자의 치아로 이식재를 만들어 부실한 잇몸뼈를 보강하는 기술이다. 동물 뼈나 합성재료로 만드는 기존 이식재에 비해 인체에 안전하고 치료 효과도 뛰어나다. 스위스 가이스트리히, 미국 덴츠플라이 등 해외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이식재 시장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800억원 규모인 국내 이식재 시장은 외국산이 6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치아은행은 출시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심평원이 신의료기술 인증 이후 100일 안에 마무리하도록 돼 있는 규정까지 어기며 수가 산정을 질질 끌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심평원이 특정 인사를 심사위원으로 앉히지 못하게 되자 몽니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심평원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는 지난 5월 이 기술에 선별급여 50%를 적용해 약 22만원의 수가를 매겼다. 선별급여는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가 결정을 내리면 급여평가위원회가 재심의한다. 심평원은 지난 6월 급여평가위원회를 열기에 앞서 치과병원협회에 평가위원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심평원은 특정 인사 추천을 요구했고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를 문제 삼자 심평원 측은 “관례적으로 해온 방식”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평원은 기자의 취재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심평원의 갑질 논란이 여전하다. 심평원은 중소 의료기기업체의 운명을 결정 짓는 중요한 기관이다. 수가라는 돈줄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심평원이 하루빨리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