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지연 문책…첫 외부 출신 컬프 임명
[ 김현석 기자 ] 20세기 미국 제조업 상징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부침이 계속되고 있다. 구조조정을 이끌던 존 플래너리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1년여 만에 교체됐다. 구조조정이 더디게 이뤄지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주주 배당도 삭감되자 이에 지친 투자자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신임 CEO는 126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에서 수혈했다.
GE는 1일(현지시간) 플래너리 CEO가 물러나고 지난 4월 처음 GE에 들어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로런스 컬프(사진)가 새 CEO로 선임됐다고 발표했다.
플래너리 전 CEO는 지난해 8월 취임한 뒤 GE의 치부를 공개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수송과 헬스케어, 조명사업 등을 매각하거나 분사하고 항공, 전력, 재생에너지 위주로 사업을 재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이렇다 할 반전을 끌어내지 못했다.
그룹 해체에 가까운 구조조정을 추진하려 했지만 GE를 해체하는 수준으로 개혁해도 ‘황금 항아리’는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안팎에서 득세했다. GE 주가는 지난해 45% 하락한 데 이어 올해도 지난달까지 약 35% 떨어졌다. 시가총액은 10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올 6월엔 111년 만에 다우지수 구성 종목에서 퇴출됐다. 적자로 인해 배당도 절반으로 삭감됐다.
지난달엔 가스터빈 결함으로 발전소 두 곳이 폐쇄됐다. 전력사업 부실로 올해 실적 목표 달성까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이사회가 나섰다. 이사회는 지난 주말 플래너리 CEO에게 경질 의사를 통보했다.
플래너리는 4월 대대적인 이사회 개편을 통해 컬프 CEO뿐만 아니라 행동주의 펀드인 트라이언매니지먼트의 에드 가든 공동 설립자, 토머스 홀튼 전 아메리칸에어 CEO 등을 이사회에 참여시켰다. 이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결국 그는 전임 CEO인 제프리 이멜트가 16년, 잭 웰치가 20년을 재임한 것과 비교가 안 되는 14개월 만에 경질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GE 이사회는 회사 내부 관료주의를 느린 구조조정의 원인으로 보고 외부인을 차기 CEO로 뽑았다. 경영사관학교로 불리는 크로톤빌연수원을 보유하고 있는 GE가 외부인을 수혈한 건 처음이다. GE는 차기 CEO 선정에 5년 이상 면밀히 검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GE의 상황이 그만큼 절박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컬프 CEO는 2000~2014년 산업·의료기기회사인 다나허코퍼레이션의 변신을 이끈 경영인이다. 그가 CEO로 재임한 기간 다나허의 시가총액은 2배 이상 증가했다. 컬프 CEO는 “차입 축소 등 재무제표 건전성 강화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CEO 경질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는 이날 개장 전 장외에서 16%가량 오르기도 했으며 장내에선 7.09% 상승했다.
골드만삭스는 “컬프 CEO가 지난 4월 이사에 임명된 걸 감안하면 예상보다 빨리 인사가 단행돼 놀랍지만 구조조정 진행 상황 등을 감안할 때 CEO 교체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