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 포럼
우리가 10% 정도 종잣돈 대고
나머지는 北 차관 등으로 해결
[ 김형호 기자 ]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 참석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는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남북한 경제협력이 비핵화에 앞서가거나 한·미 동맹을 훼손하면서 진척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홍 원내대표는 “북한의 비핵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협 등의 진전이 있을 수 없고 비핵화는 한·미 동맹의 토대 위에서 이뤄진다”며 일부 보수층의 우려를 불식했다. 남북 경협에 막대한 세금이 투입될 것이란 지적에는 “국회 통제를 받지 않는 예산은 한 푼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구체적인 투자 방안과 관련해선 “도로 신설에 8조원이 소요된다면 우리 측이 대략 10%의 종잣돈을 대고 나머지는 북측의 차관 등 외부 투자 유치로 해결하는 방안을 비롯해 여러 해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 대북정책의 두 가지 원칙으로 ‘투명성’과 ‘속도’를 꼽았다. 홍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10·4 남북공동성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아픈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남북 관계의 모든 과정을 국민에게 보고하고, 함께하면서 신속하게 처리하는 두 가지 원칙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한반도에 70년 만에 찾아온 기회고 민족사적 문제니 외교·안보만은 여야를 떠나 초당적으로 협력하자고 호소했는데 딱 한 차례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지난 7월 미국을 공동 방문한 이후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여야 5당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유일하게 판문점선언 비준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국회 비준안을 표결보다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한국당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다.
당시 여야 원내대표단은 이틀 동안 18개 일정을 소화하며 미국 조야의 안보 전문가들을 면담했다. 홍 원내대표는 “한반도 문제를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미국 민주당 인사들조차 ‘김정은을 믿을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가 사기당하고 있다’ 등 부정적 얘기를 많이 하길래 ‘그러면 플랜B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신들도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가을까지 해외 주류 언론을 보면 전쟁이 날 줄 알았다”며 “남북문제에 우여곡절이 있지만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