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 vs 카카오페이
[ 정지은/김주완 기자 ] 비씨카드 "신용카드 기반 QR코드 승부수"
카드사 최초 QR코드 결제 개시
계좌 잔고 없어도 이용 가능
GS편의점 등 1만4천곳서 사용
금융서비스 주도권을 쥐고 있는 금융회사와 틈새시장을 파고 드는 핀테크(금융기술) 업체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핀테크 업체가 사업 영역을 넓히며 금융시장의 판을 흔들기 시작하자, 이에 질세라 금융사도 ‘새 판 짜기’에 나섰다.
비씨카드는 1일 국내 카드사로는 처음으로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지 않고 스마트폰에서 비씨카드 간편결제 앱(응용프로그램) ‘페이북’의 QR코드를 켜서 결제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모두 연결해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그동안 간편결제 플랫폼 ‘카카오페이’나 ‘페이코’가 선보인 QR코드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다. 기존 QR코드 결제는 구매자 은행계좌에서 판매자 은행계좌로 직접 돈을 넘겨주는 방식이었다. 신용공여 기능이 없어 당장 해당 QR코드와 연결한 계좌에 잔액이 없으면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게 약점으로 꼽혔다. 반면 비씨카드가 이번에 내놓은 QR코드 결제는 카드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일일이 잔액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카드사의 결제 기반은 유지하면서도 QR코드라는 새로운 방식의 장점인 사용 편의성을 빠르게 받아들였다”며 “변화에 적극 대응하면서 시장 경쟁력을 꾸준히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얼마나 빨리 사용처가 확대되느냐다. 현재는 QR코드 인식 리더기가 설치된 GS25 전국 편의점과 서울 동대문 두타몰, 노량진수산시장 등 1만4000여 개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하다. 빠른 확산을 위해 오는 5일부터 31일까지 GS25에서 비씨카드 QR코드로 결제하면 샐러드, 호빵 등 특정 상품을 30% 할인해주는 행사도 마련했다. 비씨카드는 300만 개 전체 가맹점으로 사용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 같은 시도는 핀테크발(發) 결제시장 변화가 빨라지는 데 대응하는 차원이다. 올 들어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OO페이’가 결제 편의성을 앞세워 결제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떠올랐다. 금융계 일각에선 “언젠가는 IT 기업이 결제시장에서 카드사를 밀어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렇다 보니 카드사는 기존 주도권을 이어갈 방법으로 ‘더 빨리’ 변하는 데 공들이는 분위기다. 하루빨리 변화에 앞장서서 새 판에서도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신한카드와 국민카드도 자체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카드는 오는 11일 결제기능에 초점을 맞춘 페이 전용 모바일 앱 ‘신한페이판(PayFAN)’을 선보일 계획이다.
카카오페이 "증권사 인수, 카톡서 주식투자"
카카오페이, 바로투자증권 인수
결제·송금 넘어 증권업까지 진출
"AI기반 맞춤형 자산관리 제공"
카카오의 간편결제 서비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가 1일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증권업에 진출했다.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 위주였던 사업영역을 올 들어 오프라인 결제시장까지 넓힌 데 이어 증권업에도 진출하면서 정보기술(IT)업계뿐 아니라 금융계도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이날 바로투자증권의 지분 60%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2008년 설립된 바로투자증권은 기업금융에 특화된 중소형 업체다. 지난해 매출 573억원, 영업이익 73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 품에 안기면서 카카오톡 플랫폼 안에서 주식·펀드·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상품 거래와 자산관리가 가능해졌다.
카카오페이는 우선 사회초년생이나 대학생 등 자산 규모가 크지 않은 서민이 소액으로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금융계에선 이런 카카오페이의 사업 전략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카카오페이가 2014년 9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으며 온라인 결제에 공들일 때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그러다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의 이점을 활용해 송금, 인증, 청구서 등 생활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에는 오프라인 QR코드 결제 사업에까지 뛰어들었다. 그동안 은행이나 카드사들이 활동했던 영역이다.
카카오페이는 이날 금융사업 확대 전략을 확고히 밝혔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이번 인수는 카카오페이가 금융 비즈니스로 나아가는 첫 행보”라며 “여러 제휴사와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해 사용자들이 차별화된 금융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경민 바로투자증권 대표는 “궁극적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서비스를 활용한 개인별 맞춤투자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자산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카카오페이가 중국 결제시장의 주도권을 잡은 ‘알리페이’와 비슷한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중국 알리페이는 간편결제와 송금으로 예치한 자금을 단기 금융상품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굴려 수익을 올렸다”며 “카카오페이 역시 이런 전략을 참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카카오페이가 카카오의 다른 금융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카카오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국내 대표적인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지분(23%)도 보유하고 있다.
정지은/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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