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량진수산시장, 어민과 시민 품으로 돌려줘야

입력 2018-09-30 19:09
새 시장 이전 거부 둘러싼 갈등
대법원 '불법' 판결에도 더 커져
어민 피해 커지기 전에 해결돼야

공노성 < 수협중앙회 대표 >


노량진수산시장은 1971년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개장한 우리나라 유일의 수산물 전문 중앙도매시장이다. 설립 이후 서울과 수도권 수산물 유통물량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는 핵심 공공도매시설로 기능하면서 물가안정과 다양한 수산물의 원활한 공급에 이바지해왔다. 그런 노량진수산시장을 2002년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어민 출자금으로 운영하는 수협이 인수했다. 정부 소유였던 노량진수산시장이 어민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수산물의 원활한 유통은 곧 어민들의 안정적인 소득 기반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노량진수산시장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수협의 지상과제가 됐다.

하지만 노량진수산시장은 안전등급 C등급 판정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 직전일 정도로 심각하게 낡았다. 이에 따라 수협은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면 개보수해 시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초 경매 목적으로 건립된 까닭에 전기, 수도, 소방 등 소매 활동에 필수적인 기본적인 시설이 전무했던 터라 위생, 안전 등 다방면에서 열악한 여건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대로 운영된다면 급격히 향상되는 시민들의 식품안전의식과 소비 수준을 따라잡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이에 수도권발전종합대책의 일환으로 2005년 노량진수산시장현대화지원계획이 수립됐다.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을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도심 수산물중앙도매시장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의욕적으로 현대화를 추진해왔다. 소매판매상인을 포함한 2000여 시장 종사자들 역시 ‘이대로는 시장이 존치하기 어렵다’는 공감하에 이를 환영하며 사업 초기부터 시장 종사자 대표 12명이 포함된 총 19명을 위원으로 한 현대화사업위원회를 구성해 적극 참여해왔다.

특히 가장 큰 난관이었던 ‘경매장과 소매판매장의 동일층 배치’를 요구하는 소매판매상인들의 요구도 수협은 100% 수용했고, 새 시장 입주를 앞두고는 상권에 따른 점포 등급 부여와 임대료까지 세세하게 협의하고 이를 명문화해 상호 간 신뢰 속에 사업을 추진해냈다. 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국비 1540억원과 어민 출자금으로 충당한 수협 예산 3697억원 등 당초 예상액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총 5237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했다.

그러나 2015년 말 입주를 앞두고 일부 판매상인들이 판매장 면적 협소, 임대료 과다를 주장하며 새 시장 이주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1, 2심을 거쳐 대법원도 이전 거부는 불법으로 보고 명도할 것을 최종 판결했다. 하지만 일부 판매상인들의 반발은 그대로다. 급기야 전국노점상연합회 등 외부 단체까지 가세해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그 사이 옛 시장은 더욱 낡고 위험해진 채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 건축구조물 균열과 붕괴 위험은 물론 화재, 치안 등 대형사고의 개연성마저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여름에는 폭염 속에 수산물과 조리장소가 무방비로 노출되는 등 식품안전위생사고 발생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렇게 위험과 갈등이 지속되면 소비자가 외면하는 시장이 될 것이고, 노량진수산시장 전체가 위축되면 그 피해는 결국 어민과 시민의 몫이 된다. 이 같은 부조리를 종식시키기 위해 정부와 국회, 경찰, 서울시와 동작구 등 모든 관계기관이 관심을 갖고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