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독일로 가는 청년들

입력 2018-09-30 17:40
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독일에서 사람을 구하지 못한 빈 일자리가 82만2582개(7월 기준)나 된다고 한다. 기업들은 구인난에 애를 태우고, 정부는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외국인 직업훈련생을 늘리고 있다. 직업훈련을 신청한 외국인이 50여만 명에 이른다.

반면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10%를 넘었다. 취업준비생 등 잠재구직자를 포함한 실질실업률(청년확장실업률)은 23%로 치솟았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독일로 가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은 1년간 머물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출발해 취업 비자를 받아 정착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만 18~30세가 신청할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독일에 간 젊은이는 2013년 1074명에서 지난해 2332명으로 늘었다. 유럽 국가 중 가장 많다. 독일어 자격증을 딴 뒤 직업교육을 받는 사람도 많다. 독일 상공회의소의 기술인력 양성 프로그램인 ‘아우스빌둥 과정’을 활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3년 정도 직업학교에서 공부하며 산업 현장의 경험도 함께 쌓을 수 있다. 이틀은 학교에서 이론을 배우고, 사흘은 회사에서 실무를 익히는 식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경북 구미시는 올해 구미대 졸업생 7명을 포함한 청년 16명을 독일의 노인요양전문치료사 양성 기관에 보냈다. 이들은 3년간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딴 뒤 3년간 의무적으로 취업한다. 이후에는 현지에 남거나 돌아올 수 있다. 의무취업 기간에는 월 290만~370만원, 교육 기간에는 140만원가량의 급여를 받는다.

임금은 직종에 따라 다르다. ‘노동력 부족 직군’인 기계공학 계열 초봉은 연 5만유로(약 6400만원)다. 이 분야에는 연봉 4만560유로(약 5200만원) 이상의 계약서만 있으면 취업 비자가 나온다. 급여에서 떼는 세금은 많다. 연봉 3만3000유로(약 4250만원)인 경우 실수령액이 2만4000유로(약 3000만원)에 불과하다. 이런 급여는 어학 실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회사가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쫓겨날 수도 있다.

1960~1970년대 독일로 간 광부와 간호사들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당시 광부 월급은 160달러였다. 물론 한국에서는 그 가치가 엄청났다. 1인당 GDP가 80달러 안팎이던 1964년부터 1977년까지 2만여 명의 광부·간호사가 고국에 송금한 외화는 1억7000만달러였다.

지금은 그때만큼 험한 일을 하는 시대가 아니다. 첨단 정보기술이나 예술 분야 취업자까지 늘고 있다. 게다가 독일 노동인구 수는 2050년께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성실하고 똑똑한 한국 청년들이 새로운 ‘취업 아우토반(고속도로)’으로 삼을 좋은 기회다.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