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관광공사 '수확이 있는 여행'
[ 이선우 기자 ]
청명하고 높은 하늘 아래 시원한 바람이 부는 완연한 가을이다. 수확의 기쁨으로 가득한 가을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여행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다. 한국관광공사가 풍요로운 가을을 맞아 ‘수확이 있는 여행’을 주제로 가을 여행지를 선정했다. 시나브로 찾아온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서둘러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살 오른 꽃게요리 풍성한 가을여행 - 인천 대연평도
인천항에서 배로 2시간 떨어진 대연평도는 가을 미식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9~11월 연평도 앞 바다에선 가을 꽃게잡이가 성황을 이루기 때문이다. 살이 꽉 찬 암게가 많이 잡히는 10월 중순부터가 미식여행의 최고 절정기로 꼽힌다.
볼거리는 주로 섬의 서쪽 해안에 있다. 조기역사관에는 1960년대 말까지 조기 파시로 이름을 날렸던 연평도의 옛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 있다. 역사관 2층엔 가래칠기해변과 구리동해변 등 섬을 대표하는 해변은 물론 멀리 북녘땅까지 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빠삐용 절벽과 옹진수협옹진출장소 앞에서 시작해 마을로 이어지는 조기파시 탐방로는 여유로운 섬 여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코스로 인기가 높다.
옹진군청 관광문화과 (032)899-2251~4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 귀향지 - 양양 남대천
강원 양양군의 남대천은 오대산에서 발원해 동해로 흐르는 영동 지역 하천 가운데 가장 맑고 길다. 양양 8경 중 1경에 속하는 남대천 일대에선 매년 가을 설악산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에 맞춰 연어축제가 열린다. 이달 18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축제에선 연어 맨손잡기와 탁본뜨기, 생태견학 등 다양한 이벤트와 풍성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축제와 함께 송현리 연어생태체험관을 들러 연어의 성장 과정과 회귀도 등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체험해 보고 연어포, 연어통조림, 연어뻥튀기 등 연어로 만든 가공식품을 맛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오산리 선사유적 박물관은 양양 오산리 유적(사적 394호)에서 출토된 덧무늬토기와 돌톱, 이음낚시 등 선사시대 유물을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과 목재문화체험장, 구탄봉 탐방코스, 송이홍보관, 숲속의 집 등 송이밸리자연휴양림도 가족 여행지로 제격이다. 죽도해수욕장에서 기암괴석과 해안 절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죽도 전망대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는 길이가 짧아 누구나 부담없이 걷기여행을 즐길 수 있다. 양양군청 문화관광과 (033)670-2724
대추 먹고 사과 따고 - 충북 보은
충북 보은은 예부터 대추와 사과로 유명한 고장이다. 아삭하고 달콤한 보은 생대추는 맛이 뛰어나 임금님 진상품으로 쓰였다. 생대추 맛이 절정에 이르는 10월엔 보은읍 뱃돌공원과 속리산 일대에서 보은대추축제가 열린다. 이달 12~21일 열리는 축제는 대추왕선발대회, 조신제, 대추떡 만들기, 대추따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갓 수확한 싱싱한 생대추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미네랄이 풍부한 황토에서 자란 보은 사과는 겉이 붉고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삼승면 일대 사과 과수원에선 10월 사과 수확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과나무체험학교에 신청을 하면 체험이 가능한 농가를 연결해 준다. 체험비는 사과 2㎏에 1만원.
보은은 소리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과 서원리 소나무(천연기념물 352호) 등 소나무로도 유명하다. 솔향공원에 있는 소나무 홍보 전시관은 소나무의 생태와 전국의 각종 소나무 이야기를 모아 놨다. 모노레일과 레일바이크를 합쳐 놓은 높이 2~9m, 길이 1.6㎞의 스카이바이크를 타고 소나무 숲을 둘러보는 이색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신라시대 때 축조된 삼년산성과 우당고택, 농경문화관, 천재 시인 오장환 문학관 등도 빼놓지 말아야 할 보은의 필수 여행 코스다. 보은군청 문화관광과 (043)540-3393
걷기 여행의 백미 - 지리산 둘레길 인계~금계
지리산 둘레길은 전북과 전남, 경남 3개 도(道)와 남원과 구례, 하동, 산청, 함양 등 5개 시(市)에 속한 21개 읍·면과 120여 개 마을을 잇는 길이 295㎞의 걷기 길이다.
길이 20.5㎞의 인월~금계 구간은 지리산 주 능선을 따라 6개 산촌으로 통하는 길이 만나는 코스다. 완주까지는 약 8시간이 걸린다. 해가 짧아지는 10월엔 늦어도 오후 1시 이전에 출발하는 것이 적당하다. 인월에서 5.8㎞ 지점에 있는 배너미재는 로마시대 네로황제가 황금과 바꿔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달걀버섯이 서식하는 침엽수림 지역이다. 배너미재 숲길을 빠져 나오면 수령 410년의 당산나무가 있는 장항마을과 매동마을을 거쳐 산골짜기 비탈진 곳에 층층이 다랑논이 절경을 이루는 상황마을에 닿게 된다. 전북 남원시 산내면과 경남 함양군 마천면이 접하는 동구재에서 창원마을을 지나 금계마을에 도착하면 20㎞의 인월~금계 구간이 끝난다.
인월~금계 구간을 완주하고 시간과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지리산 속 석굴암으로 불리는 사암정사를 들러보자. 벽송사에서 서쪽으로 600m 떨어진 서암정사는 석굴 법당이 있는 곳으로 아기자기한 조경과 함께 불교 석조 작품을 감상하기에 좋다. 남원시청 관광과 (063)620-6163
풍요로움 가득한 황금빛 들녘 - 하동 평사리들판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들판은 소설 《토지》의 배경으로 등장한 곳이다. 홍수로 섬진강 수면이 높아지면 들판에 물이 들고 수면이 낮아지면 물이 난다고 해서 지역에선 ‘무딤이들’이라고도 불린다. 평사리들판 탐방은 고소성(사적 151호)을 오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산사에서 800m 가파른 산길에 있는 고소성에선 274만㎡의 드넓은 평사리들판과 도도하게 흐르는 섬진강의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황금빛 들판 사이로 난 신작로를 따라 500m가량 걸으면 마주하게 되는 소나무 두 그루는 악양면의 상징이자 수호신으로 불리는 부부송이다.
하덕마을과 매암차문화 박물관, 하동레일파크 등도 볼거리다. 하덕마을은 벽화 작가 27명이 골목 갤러리 ‘섬등’을 조성해 이색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덕마을에서 1㎞ 남짓 떨어진 매화차문화 박물관에선 직접 재배한 홍차도 맛보고 평지에 조성된 차 밭을 여유롭게 거니는 도보여행도 즐길 수 있다. 양보역에서 출발하는 하동레일바이크는 형형색색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으로 빛나는 1㎞의 터널로 하동여행의 하이라이트 코스로 손꼽히는 명소다. 하동군청 관광진흥과 (055)880-2377
달달하고 재미있는 꿀고구마 캐기 - 경기 여주
경기 여주에서 나는 고구마는 맛이 달고 고소해 ‘꿀고구마’로 불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달고 고소한 맛이 더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주 수확철인 10월 여주 넓은들녹색농촌체험마을은 고구마 캐기 체험을 곁들인 가을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이와 함께 땅속에서 보물찾기 하듯 튼실하게 자란 고구마를 캐면서 풍성한 가을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로 서울 등 수도권 도시민이 즐겨 찾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고구마묵 만들기, 여주쌀을 이용한 떡케이크 만들기, 천연염색 체험을 패키지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고구마 캐기는 1인당 7000원, 수확한 고구마는 2㎏까지 직접 가져갈 수 있다.
여주의 대표적인 명소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세종 영릉(英陵)과 효종 영릉(寧陵)을 꼽을 수 있다. 영릉은 조선 왕릉 최초로 왕과 왕비를 함께 안치한 합장릉이다. 세종과 소헌왕후가 나란히 묻힌 세종 영릉에서 오솔길을 따라 20분 거리엔 효종과 인선왕후의 영릉이 아래위 쌍릉 형태로 조성돼 있다. 휴대폰의 역사와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여주시립 폰 박물관과 나무와 풀, 꽃이 어우러진 산책로가 일품인 금은모래강변공원을 둘러봐도 좋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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